
국내 증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대로 가다간 1900포인트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키프로스 사태로 유로존 재정위기가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키프로스 사태는 국내 증시에 독이 아닌 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 증시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3월 14일 2000포인트를 넘긴 후 하락을 거듭했다. 20일에는 1960포인트선까지 무너졌다. 1960포인트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증시상승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돼 왔다.
증권가 일각에선 증시의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키프로스 구제금융 불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증권가 안팎에선 “미국 증시가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키프로스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 새어나온다. 유로존 금융위기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몸을 움츠릴 경우 증시의 회복세가 더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가의 공식적인 입장은 다르다. 키프로스 사태로 증시의 하락세가 우려되긴 하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조건이 있다. 1960포인트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지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1960포인트를 지키는데 성공한다면 상승 추세 형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횡보국면이 연장되는 흐름을 띨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1960포인트의 지지 여부다. 최근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지지가능성은 크다. 국내 증시는 14일 이후 급락을 거듭했지만 1960포인트 지지대는 유지됐다. 20일 1959.41포인트를 기록했지만 1포인트 범위를 넘지 않았다.
키프로스 사태의 파급력도 국내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원·달러와 엔·달러의 환율변화로 인해 국내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3월 20일 1960포인트 지지대가 깨진 주된 원인은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이다. 정인지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매도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거래량이 많았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도한 만큼 매수를 했다는 것은 ‘위기 뒤 기회가 올 것’이라는 확신에서 이뤄진 매매패턴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 충격은 ‘미미’

그는 “키프로스 사태가 유럽은행의 뱅크런 문제를 촉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국내 증시를 예측할 지표는 코스피의 수출 관련 대형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중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경각심은 엔화의 약세흐름을 멈추게 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엔화 약세현상이 힘을 잃으면서 최근 들어 주가 조정폭이 컸던 전기전자 업종과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형 기자 jayk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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