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명문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가 113년 전통을 깨고 유니폼에 상업적 광고를 붙인다. 축구의 상업화를 그토록 경계하던 FC 바르셀로나였지만 경기침체 앞에선 무기력했다. 100년만에 찾아왔다는 경기침체. FC 바르셀로나처럼 많은 영역에서 ‘전통’과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축구 명문 구단의 전통을 깨버렸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는 ‘클럽 이상의 클럽’이라 불려왔다.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리오넬 메시·다비드 비야·빅토르 발데스 등 세계 최고 선수를 보유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돈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클럽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FC 바르셀로나의 연고지는 스페인 북동쪽에 위치한 카탈루냐다. 예전부터 카탈루냐인은 민족적 자긍심이 강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20세기 초중반 스페인 독재정권이 이들을 탄압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는데, FC 바르셀로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스페인 본토의 명가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선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이는 바르셀로나를 지지하는 팬들의 충성심을 확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FC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인의 저항정신이 투영된 ‘카탈루냐 대표’ 클럽이다.
1899년 창단한 FC 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FC 바르셀로나 협동조합에는 18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누구나 150유로(약 21만원)를 회비로 내면 2년 동안 조합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구단의 중요한 결정은 ‘소시오’라고 불리는 시민주주의 투표로 이뤄진다. 협동조합의 특징인 사람 중심의 의결권을 부여받기 때문에 ‘1인 1표’ 의결권이 제공된다. 특히 FC 바르셀로나는 그동안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기업광고를 유니폼에 붙이지 않았다. 이런 전통은 100년 넘게 이어졌다. 지역사회의 든든한 지원도 있었지만 ‘시민클럽’이라는 자부심이 그 무엇보다 컸다.

더 놀라운 건 FC 바로셀로나가 유니폼에 기업 광고 대신 UN 산하 아동전문기구 유니세프의 로고를 붙였다는 점이다. 바르셀로나는 2006년 유니세프와 5년간 유니폼 광고 협약을 맺었다. 돈벌이를 위해 유니폼에 기업광고를 붙이는 다른 축구클럽과 달리 FC 바르셀로나는 이마저도 ‘후원’을 하는데 사용했다. 바르셀로나는 연간 수입의 0.7%에 해당하는 1900만 달러(약 206억원)를 유니세프에 해마다 지급했다. 현재 광고 중인 ‘카타르 파운데이션’도 교육과 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자선 단체라는 점에서 민간 기업의 상업적 광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런 바르셀로나가 최근 카타르항공과 유니폼 후원 계약을 맺었다. 구단 사상 최초로 민간 기업의 광고를 유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113년 동안 유니폼에 민간기업 광고를 하지 않았던 바르셀로나의 전통이 깨져 버렸다. 바르셀로나는 7월부터 ‘카타르항공’의 로고를 유니폼에 단다. 바르셀로나가 받는 광고비는 연간 4500만 달러(약 640억원)에 이른다.
3월 4일 산드로 로셀 FC 바로셀로나 회장은 홈구장 캄프누(Camp Nou)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으려면 자원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마케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계약은 우리 클럽과 바로셀로나시, 그리고 국가에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유로존 경기침체로 구단운영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고가제품을 많이 구매하는 남성 고객의 할부결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웬만해선 일시불로 결제하는 습관을 갖고 있던 남성마저 경기침체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오픈마켓 11번가의 경우 2010년 34%에 불과했던 할부결제 남성고객 비중이 2012년 45%로 크게 늘어났다.
경기침체는 부동산 판도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강남을 대신해 판교가 새로운 부촌富村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천당 밑 분당’으로 불리며 신흥부촌으로 각광받던 분당신도시는 하락세를 띠고 있다. 이런 변화는 서울에서도 감지된다. 서울 압구정의 아파트 가격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반면 새로운 주거단지로 각광받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실소유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동산 투자가 줄었다는 얘기도 된다.
소형 아파트도 인기를 얻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투자가치가 높은 중대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소형 아파트가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떨어진 소비자들이 소형 아파트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깨지는 부동산 불문율은 그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전문업체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팀장은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로 이어지는 것이 정설인데 전세가격이 올라도 매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투자자금이 부동산으로 옮겨 왔는데 최근에는 이런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의 전통도 위협받고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인터넷 몰이나 편의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경기침체 가운데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업계는 10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1년의 8조7000억원보다 19.8%가 늘어난 수치다. 이는 최근 10년내 최고 성장률이다.
편의점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PB(Private Brand) 상품이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소비자가 값비싼 유명 브랜드 제품보단 가격이 저렴한 PB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전만 해도 ‘값싼’ 제품에 불과했던 PB상품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7%가 “PB상품이 가계 물가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FC 바르셀로나가 ‘돈 때문에’ 113년 전통을 깬 것은 세계적 이슈가 됐다. 하지만 경기침체는 ‘큰 것’ 만큼이나 ‘작은 것’도 바꿔놓고 있다. 경기침체가 무섭긴 무섭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ksg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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