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앞세워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 재도전한다. 이번엔 바다 OS 때와는 다르다. ‘타이젠 연합군’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합류했다. 타이젠 OS가 성공하면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실패하면 삼성전자에 ‘하드웨어 제조업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타이젠 OS가 주목받는 이유다.

타이젠으로 구글•애플 넘어설까
삼성전자를 비롯한 타이젠 연합은 2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랑스 이동통신사인 오렌지텔레콤이 올 하반기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만든 타이젠폰을 유럽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타이젠 연합은 삼성전자•인텔•NTT도코모•오렌지텔레콤•KT•SK텔레콤•보다폰•화웨이•파나소닉•후지쓰 등 12개사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타이젠폰을 상용화하는 통신사는 기존 NTT도코모를 포함해 KT•SK텔레콤•오렌지텔레콤 4곳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올 7월 타이젠폰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KT가 타이젠폰을 공급한다.
타이젠의 핵심은 개방성이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누구든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 통신사도 자체 서비스나 콘텐트에 걸맞게 타이젠의 수정•보완이 가능하다. 타이젠 연합에 유독 통신사가 많이 참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만큼 사용이 자유롭다는 얘기다.
삼성이 바다에 이어 타이젠을 개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도한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카를 잇는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목적도 깔려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뒤 스마트폰 제조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구글의 영향도 있다. 여기엔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를 구글이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삼성전자로선 달가울 리 없다.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 1위를 다투는 삼성전자가 구글의 전략에 말려들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OS와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내장돼 있는 안드로이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안드로이드는 꽉 짜인 IT 생태계 속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오픈소스 OS를 지향한 덕분에 많은 앱 개발자가 안드로이드에 빠져들었다. 마케터들도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쳤다. 개발자, 제조업체, 그리고 사용자를 묶어주는 안드로이드 특유의 호환성은 훨씬 나은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구글의 이런 ‘오픈원칙’은 지난해 9월 앤디 루빈 구글 전 수석부사장이 구글 공식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잘 드러난다. “회원 업체는 단일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호환되지 않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출시하지 말아야 한다.”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애플 iOS 생태계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드로이드가 제조업체, 개발자, 커뮤니티를 엮어 생태계를 조성했다면 애플 iOS는 다른 길을 걸었다. 참여자를 묶는 게 아니라 아예 생태계를 만들어 버렸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는 2006년 아이튠즈라는 ‘디지털 저장창고’를 만들어냈다. 애플 MP3 아이팟에 내장된 아이튠즈는 각종 음원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잡스는 발칙하게도 아이튠즈를 아이폰의 아이템 창고인 ‘앱스토어’로 발전시켰다. 애플 소비자에게 IT 생태계는 ‘앱스토어’ 였고, 이 생태계로 가는 창구는 iOS였다.
한편에선 잡스가 IT 생태계를 조성한 게 아니라 폐쇄적인 ‘애플만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꼬집는다. iOS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이다. 하지만 잡스의 생각은 달랐다. 안드로이드처럼 대중이 아니라 애플 마니아가 IT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확신했다. 실제로 애플이 앱 유통채널을 앱스토어로 통일하자 애플 소비자의 충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iSO와 안드로이드의 서로 다른 성장사史를 보면 ‘타이젠 OS’가 가야할 길이 읽힌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제조능력은 세계가 인정한다. 소프트웨어 기반이 약한 게 흠이지만 애플이 긴장시킬 만한 제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오랫동안 가전제품을 생산하면서 갈고닦은 생산기지가 있다. 직접 원하는 부품을 조달하고 완제품을 찍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3개월 만에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타이젠 OS를 시장에 안착시킬 만한 생태계를 조성해 놓았느냐다. 구글처럼 오랫동안 공을 들여 제조업체와의 공조를 꾀하고 있는지, 앱 개발자에게 타이젠 OS를 얼마만큼 오픈할 계획인지, 그리고 이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인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타이젠 OS 개발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진행상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타이젠 성패 따라 OS 판도 바뀌어
타이젠 OS의 성공 가능성을 둘러싸고 두 시선이 존재한다. 일단 성공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이젠 연합군’이 구축된 것만으로도 생태계가 어느 정도 조성됐다고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능력이 취약한 삼성전자가 iOS, 안드로이드가 장악한 OS 시장을 뚫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어찌 됐든 타이젠이 성공하면 OS 시장을 지배하는 구글•애플의 양강체제가 무너진다. 스마트폰 단말기 글로벌 1위 업체 삼성전자는 OS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실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에는 하드웨어 제조업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타이젠 OS의 실패는 곧 소프트웨어 사업의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타이젠 OS 개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시장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어서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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