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택을 털기 위해 건설사가 도입한 새로운 입주방법이 있다. 약 20%의 분양가를 선납한 뒤 2년간 먼저 살아보는 애프터리빙•프리리빙이다. 전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애프터리빙•프리리빙의 장단점을 사례를 통해 짚어봤다.

중견식품업체에 근무하는 민근영(39•가명)씨는 지난해 10월 인천지사 관리책임자로 발령을 받았다. 승진은 기분 좋았지만 대방동에서 인천까지 출퇴근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민씨는 부인과 상의 후 인천에 거처를 마련하기로 했다. 형편상 아파트 구입은 힘들고, 전셋집이 적당했다.
막상 발품을 팔아보니 전세난으로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적이던 민씨의 눈에 한 신규 아파트단지 광고가 들어왔다. 분양가의 20%만 내면 즉시입주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위치는 인천시 서구의 A아파트. 2년간 살아본 뒤 마음에 안 들면 분양대금 20%는 돌려받고 아파트를 비우면 됐다. 전세와 비슷한 형식이었다.
아이가 둘인 민씨는 134㎡(약 40평) 크기의 아파트를 생각했다. 분양 상담사는 “134㎡ 규모면 분양가 5억원의 20%인 1억원 정도만 내면 입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 전세를 구할 경우 2억여원을 마련해야 했다. 민씨를 더욱 뿌듯하게 한 건 2년 뒤 시세에 대한 분양상담사의 설명이었다. “2년 뒤 7억원으로 아파트 값이 올라도 현 시세인 5억원을 기준으로 계약하면 된다. 정말 괜찮은 조건 아닌가.”
민씨는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계약서 세부조항을 살펴본 뒤 계약을 포기하고 말았다. 특약란에는 ‘2년 뒤 나갈 경우 총 분양가의 3%(1500만원)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례처럼 먼저 살아본 뒤 아파트 계약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애프터리빙’이라고 한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미분양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건설사에서 도입했다. 저렴한 입주비용으로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약금 등 조건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애프터리빙을 포기한 민씨는 신문을 뒤적이다가 또 하나의 이색 광고를 접했다. 인천 송도지역에서 분양 중인 B아파트는 분양가의 20% 정도만 내고 2년간 사는 건 동일한데 위약금이 없었다. 민씨는 B아파트 분양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분양상담사는 “아파트를 계약할 경우 건설사에서 취득세를 전액 지원하고 중도금을 무이자로 제공해 부

담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꼼꼼히 들어보니 B아파트는 A아파트와 입주형식이 달랐다. 임차방식으로 2년을 살다가 분양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분양계약을 맺는 방식이었다.
B아파트와 같은 제도를 ‘프리리빙’이라고 한다. 애프터리빙보다 조건이 낫지만 계약을 맺고 나면 무주택자로 지원되는 각종 혜택을 제한받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신용한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년 뒤 시세에 따라 분양가가 달라지는 단점도 있다.
애프터리빙•프리리빙과 같은 신개념 부동산 마케팅은 긍정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소비자의 입주비용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건설경기의 부활을 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매혹적인 조건 뒤에 숨은 돌발변수는 꼭 체크해야 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튼실한 건설사인지의 여부도 살펴야 한다”며 “(애프터리빙•프리리빙에서) 지원하는 각종 제도는 건설사가 부도나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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