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고개 드는 낙하산 인사 망령
조금씩 고개 드는 낙하산 인사 망령
  • 김정덕 기자
  • 호수 35
  • 승인 2013.03.18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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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코드인사’논란

▲ 박근혜 대통령은 코드인사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집권하자마자 코드인사 방침을 전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에 ‘코드인사’를 주문해 파장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에 새 정부와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해 달라’고 언급한 것이다. 그동안 코드인사와 낙하산 인사를 숱하게 비판했던 박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월 11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 박근혜 대통령은 작정한 듯 이렇게 말했다. “각 부처산하기관과 공공기관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언론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코드인사’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코드인사와 낙하산 인사를 꾸준히 비판해 왔다. 지난해 12월 25일 서울 창신동 쪽방촌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최근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이는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을 주는 일이다. 잘못된 일이다. (나는) 전문성 위주로 하겠다.”

18대 대선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 경호처 관리관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주도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감정원 감사로 보낸 것을 겨냥한 말로 해석됐다. 이 발언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수많은 낙하산 공공기관장은 불안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2007년 6월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로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이념적으로 편향된 코드인사와 측근 중심의 인사로 능력 있는 인재가 소외돼 국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경남지역을 방문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핵심 실세로 있던 참여정부가 왜 무능했는가”라며 “능력보다는 코드에 맞는 사람들만 썼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공기관운영법 30조의 개정방침을 세운 것도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단단했기 때문이다. 이 법의 개정취지는 공공기관 기관장을 선임할 때 전문자격 요건을 강화해 낙하산 인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태도 달라진 대통령 ‘왜’

하지만 지금 태도는 이전과 180도 다르다. 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코드인사’를 대놓고 주문했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코드가 맞는 사람’이란 말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국무회의에서 전문성이나 청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시절부터 ‘전문성과 능력’을 강조해 온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공정인사 방침을 세워도 모자랄 판에 일종의 ‘코드지침’을 제시했다는 거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인사권을 미치는 공공기관은 총 295곳이다. 공기업이 30곳, 준정부기관이 87곳, 기타 공공기관이 178곳이다. 기관의 규모와 인원수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기도 하고, 각 부처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기도 한다. 감사와 임원,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면 대통령의 입김이 들어갈 만한 인사규모가 2000명이 넘는다. 대통령의 ‘코드인사’를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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