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지구) 개발사업이 암흑 속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용산지구 개발시행사 드림허브는 금융이자 52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3월 15일 열린 출자사 긴급총회에서도 뚜렷한 정상화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개발을 애타게 기다리던 서부이촌동 주민에 대한 보상안도 허공에 떠버렸다.

긴박했던 일주일이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시행사 드림허브가 3월 13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3월 12일까지 막아야 했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부지 56만6000㎡(약 17만평), 사업비 31조원의 초대형 사업이 단돈 52억원 때문에 무너진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시행사 드림허브가 30개의 출자사로 이뤄진 집단이다 보니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엇갈린 탓이다. 드림허브 최대주주 코레일과 민간출자사가 “네가 먼저 돈을 내라”며 힘겨루기를 하다가 이자지급 시기를 놓친 것이다. 코레일은 개발구역 내 철도정비창부지(44만2000㎡•약 13만평)의 소유주이자, 드림허브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코레일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자금난을 해결하는 대신 사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롯데관광개발•삼성물산 등 민간출자사는 “그렇게는 안 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디폴트의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보상문제가 허공에 떠버렸고, 용산인근 집값이 며칠 새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가 맞은 첫번째 경제시련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코레일은 3월 15일 민간출자사를 불러 총회를 열었다.
회의에서 코레일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정상화를 위해 2600억원을 긴급 지원하는 대신 드림허브와 자산관리위탁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배구조를 코레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쉽게 말해 ‘코레일이 사업의 주도권을 잡고 용산 개발에 나설 테니, 다른 출자사들은 동의를 하든지 사업을 접고 다 같이 죽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민간출자사들의 동의 여부는 4월 1일까지 듣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민간출자사들이 코레일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대로 사업을 접으면 민

간출자사도 자본금을 날리기 때문이다. 2•3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과 삼성물산도 지금까지의 ‘(코레일 주도권) 불가 방침’에서 ‘검토’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월 1일 민간출자사의 동의를 얻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개발이 늦어지면서 막대한 재산손해를 입은 서부이촌동 주민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당면 과제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경매장에 나온 이촌동 소재 아파트 물건 1채당 평균 채권액은 15억9302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파트당 평균 감정가는 10억6964만원이었다. 유찰 없이 바로 낙찰된다고 가정해도 집주인은 5억원의 빚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경제적 파장도 크다. 용산사태는 간신히 회복기미를 보이던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코레일의 재정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며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드림허브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이틀 연속 폭락했다.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태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많은 이의 꿈과 희망을 담보로 진행된 용산국제업무지구. 첫 삽을 제대로 뜨기도 전에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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