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썬스타에게 2005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상반기 내내 4개의 해외 법인과 지사를 세우느라 분주했다. 그해 8월 IBK은행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2회 연속 헌정이었다.
당시 썬스타를 주목한 눈은 많았다. 그중엔 IBK경제연구소도 있었다. 이 연구소는 2006년 발간한 ‘2005 Success Story’에서 세계 자수기시장을 이끌고 있는 썬스타를 분석했는데, 성공요인은 4가지였다.
첫째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우수한 품질이다. 썬스타의 대표상품 ‘컴퓨터 자동자수기’는 1분에 1200수를 뜰 수 있다. 세계 제봉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일본 다지마의 자동자수기가 1분에 1000수를 뜨는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기술력이다. 빠른 속도로 자수작업이 이뤄지는 12두와 18두 형태의 컴퓨터 자동자수기도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둘째는 지속적인 기술혁신이다. 썬스타는 세계 최고 품질의 재봉기를 만들기 위해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했다. 박인철 썬스타 회장은 연구원 6명과 함께 일본산ㆍ독일산 재봉기를 분해, 1년 만에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여기서 7년을 더 투자해 서보모터를 장착한 자동사절 재봉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재봉기의 100%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덕분에 썬스타는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수입대체 효과를 얻었다.
기술개발은 계속 이어졌다. 재봉기로 세계시장에 안착한 썬스타는 자동자수기 개발에 도전했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수많은 수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듀얼 기능(Dual Function) 자수기가 탄생했다.
기술개발에 탄력을 받으면서 썬스타는 2005년 매출액 3600억원을 기록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중 95%가 세계 150개국에서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지역 특성을 감안한 제품개발 역시 고객을 위한 배려다. 자동자수기는 날씨ㆍ온도ㆍ습도 등 주변환경에 민감하다. 썬스타는 이 점을 주목했다. 나라마다 기후가 다르고 작업조건이 천차만별인 것을 감안해 제품을 개발했다. 이런 배려는 고객의 신뢰로 이어졌다. 마지막은 강력한 리더십이다. 박인철 회장의 도전정신과 집념은 오늘의 썬스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눈을 감고도 부품위치를 찾아낼 정도로 연구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독일경제의 허리를 지탱한 힘은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s)에서 나온다. 일반 소비자의 인지도는 낮지만 업체와 업체 사이에서 중간역할을 하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히든챔피언의 경쟁력은 혁신의지와 기술개발 전략에서 나온다. 작지만 강한 기업 ‘썬스타.’ 한국판 히든챔피언으로 손색이 없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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