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신세 벗어나려면 …
샌드위치 신세 벗어나려면 …
  • 김건희 기자
  • 호수 33
  • 승인 2013.03.06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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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순의 易之思之

▲ 한국은 미래를 이끌어나갈 산업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2000년 중국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육성책을 내놨다. 정책 개정판을 발표한 것은 2011년 2월이다. 법인세 감면 등이 추가됐다. 중국 정부는 10년이 지나도록 소프트웨어 부가가치세 감면정책을 유지한다. 이유는 한가지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중국의 미래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넛크래커(Nutcracker)라는 말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IMF)를 겪은 직후 등장했다. 한국경제가 기술면에서 미국ㆍ일본 선진국에 밀리고, 가격면에서 중국ㆍ동남아 후발개도국에 밀려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뜻한다. 원래는 1990년대 말 미국의 컨설팅 회사 부즈ㆍ앨런&해밀턴사에 의해서 나온 말인데, 한마디로 ‘넛크래커(nutcracker) 속 호두’와 같다는 뜻이다.

당시 중국은 후발개도국이었다. 가격 경쟁력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격뿐만 아니라 제품의 기술과 품질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부품ㆍ소재ㆍ장비ㆍ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2010년 부품ㆍ소재시장에서 세계 1위로 부상했고, 공작기계는 2009년부터 생산 1위국으로 떠올랐다.

꾸준한 정책 기초로 SW산업 장려

삼성경제연구소가 올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10억명에 달한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수는 20 11년 기준으로 3억4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런 속도라면 중국은 조만간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중국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발전을 이루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다.

중국 정부는 2000년 ‘18호 문건(소프트웨어 및 IC회로산업발전 장려정책 발행에 관한 국무원 정책공고)’을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기업 육성 정책을 공식화했다. 주요 내용은 세금우대ㆍ상장지원ㆍ창업자금지원ㆍ인력양성지원ㆍ국산소프트웨어 우선구매 등이다. 라이선스 규제와 콘텐트 규제를 통해 외국기업의 활동을 제약했다.

중국 정부가 개정판을 발표한 것은 2011년 2월이다. 법인세 감면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프트웨어 부가가치세 감면정책 유지 ▲관련 영업세 감면정책 완비ㆍ시행해 소프트웨어개발ㆍ테스트ㆍ정보시스템통합ㆍ컨설팅 및 운영보호ㆍIC회로설계 종사하는 소프트웨어 및 IC회로설계업체가 조건 갖춘 영업세 면제하고 해당 절차 간소화다. 구체적인 방안은 재무ㆍ세수정책부와 세무총국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제정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소프트웨어 발전정책을 시작한 2000년엔 우리나라 역시 IT벤처기업 육성정책을 활성화하고 있었다. 당시 국내 정부도 감면혜택 등 여러 지원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지원규모가 제한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 가령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서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나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실질적인 매출과 이익이 뒷받침 돼야만 했다.

기술투자나 융자를 받기 위해서도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국내 정부는 검증된 회사에 대해서만 지원을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선택적 지원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산업정책 미래에 초점 맞춰야

 
중국 정부는 정책을 수립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해 부가가치세ㆍ영업세 감면을 유지한다. 이것이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산업이 어떤 것인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입버릇처럼 되새기는 ‘혁신’이라는 말을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해 각종 세금을 전부 면세조치하고 연구개발 자금을 파격적으로 투입한다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당연히 경쟁력도 갖출 것이다. 지금은 다른 업종이나 산업과의 형평성을 따질 때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은 국가차원의 생존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산업이기도 하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현재보다 미래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것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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