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커졌지만 이익개선은 글쎄
덩치는 커졌지만 이익개선은 글쎄
  • 박용선 기자
  • 호수 33
  • 승인 2013.03.05 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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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뀐 대기업 성적표

기업 인수합병(M&A)은 ‘불황 속 활황’을 이루는 시장이다. 때문에 인수에 나선 기업은 불황을 틈타 매물로 나온 기업을 싼 가격에 매입한다. 아울러 피인수 기업을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 앉는다. 대우인터내셔널•현대건설•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가 2~3년을 전후로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성적은 어떨까.

 
대우인터내셔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의 기업개선작업에 따라 대우에서 무역부문이 분리돼 설립됐다. 이후 2000년 1월 공적자금을 투입한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관리를 받아왔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0년 8월 30일 대우인터내셔널은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글로벌 철강업체 포스코다. 당시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오는 2018년까지 매출액 20조원에 100개 이상의 지사를 갖춘 글로벌 종합상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주가가 꿈틀댔다. 2010년 8월 30일 3만2300원이던 대우인터내셔널 주가는 9월 28일 4만700원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탔다. 인수 후 약 2년6개월이 지난 2013년 2월 28일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은 주식시장에서 3만8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차 뛰어넘겠다는 현대건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이 체결되면 피인수 기업의 주가는 일정 기간 오르고 이후 하락하는 현상을 반복한다. 하지만 자금력이 탄탄한 포스코에 매각된 대우인터내셔널은 고점인 4만700원에서 2350원밖에 빠지지 않아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회사 내부에선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인수 초반에는 “새롭게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일었지만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포스코의 리스크가 부각돼서다. 새 주인을 찾았지만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에 힘을 실어줄 오너가 없다는 게 약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얘기다.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누비던 대우인터내셔널의 기업문화가 포스코의 묵직하고 경직된 문화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런 지적은 2010년 10월 이동희 전 포스코 사장이 대우인터내녀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 부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 대표 선임 8개월 전 포스코 사장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 고위 퇴직 임원이 다른 계열사로 보내진다는 논란이 일었다.

▲ M&A 시장에서 대형 매물로 통했던 대우인터내셔널·현대건설·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가 각각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포스코가 인수한 후 대우인터내셔널의 실적은 어떨까. 대우인터내셔널은 2011년 매출 19조4570억원으로 인수 전인 2010년 매출 16조620억원에 비해 약 3조원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입은 1970억원에서 1650억원으로 감소했다. 2012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원, 100억원 줄었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올해부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크게 상사와 자원개발 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포스코에 매각된 후 철강제품의 물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올해 미얀마 가스전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내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종합상사라는 자체가 제조업에 비해 성장이 어렵고 경기를 잘 타는 업종”이라며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의 무역부분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7월 미얀마 가스전 매출이 나오는 것은 분명한 청신호”라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하지만 “가스관 설치 등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실제로 가동될지, 이익이 얼마나 날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린다는 게 최종목표다.” 현대건설의 한 고위임원의 말이다. 현대건설은 2011년 4월 1일 현대차그룹에 매각됐다. 2001년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에 넘어간 지 11여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단연 현대자동차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매출 84조4697억원, 영업이익 8조436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실적은 현대차에 매각된 후 제자리걸음 중이다. 규모는 커졌지만 이익 면에선 개선된 부분이 거의 없다. 현대건설은 2010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3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09년 4189억원에서 2010년 722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7000억원 대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

주가는 떨어졌다. 2011년 4월 1일 8만원이었던 현대건설의 주가는 M&A 효과로 한동안 반등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2년 2월 28일 현재 주가는 6만8400원. 현대차가 인수한 후 1만1100원이 빠진 셈이다.

 
현대건설 측은 건설경기 불황의 여파가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M&A는 불황 속 활황을 이루는 시장이다. 불황으로 기업의 시장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기업을 인수할 수 있고, 이를 성장시켜 나가는 과제를 떠안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현대차와 현대건설은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내부 부실을 정리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현대차에게 매각된 후에 얻은 가장 큰 효과다. 바로 ‘오너’의 힘이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M&A 후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에 얼마를 투자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외부적으로 보이는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회사 경영이 책임경영으로 전환돼 방만경영이 사라지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에 편입되기 전에는 3년 후 나가는 전문경영인이 자신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돈이 안 되는 공사도 무조건 수주했다”며 “이는 오너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이고, 현재 이런 부실을 털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시장 다변화와 저가수주 현장을 청산하는 재무 클린화 노력은 실적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성장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인수 1년… SK하이닉스 실적은 과연

SK하이닉스도 현대건설과 비슷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11월 14일 SK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에 매각됐다. 당시 SK하이닉스 사내 분위기는 들떠 있었다. 2001년 현대그룹(정주영 회장)에서 떨어져 나간 후 10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SK하이닉스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2012년 2월 14일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주가도 반등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증권시장에서 2013년 2월 28일 현재 2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수 당시(2011년 11월 14일 2만2300원)보다 4200원 올랐다.

하지만 최 회장은 최근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오너의 책임경영이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10조161억원, 영업손실은 1870억원으로 예상된다. 2010년 매출 12조1060억원, 영업이익 2조9752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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