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제품인 ‘에코윙 S’를 장착한 소나타를 탄 채였다. 마이크를 끼고 단상에 오른 박 부사장은 예사롭지 않은 등장처럼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한 참석자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용진 캐주얼한 복장으로 PT
대기업 오너 후계자의 ‘잡스식 PT’가 이목을 끌고 있다. 은둔하기 바빴던 아버지와는 정반대 모습이라서 더욱 그렇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2006년 파리모터쇼에서 디자인경영을 선포하며 깔끔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후 정 부회장은 제네바모터쇼, 베이징모터쇼 등 대규모 해외모터쇼 신차발표회에 어김없이 등장해 프레젠테이션 실력을 발휘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역시 캐주얼한 복장을 입고 ‘스티브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을 즐긴다.
프레젠테이션 분야 전문가인 젠커뮤니케이션 전용문 대표는 “스티브 잡스가 출현한 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기업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며 “예전엔 뒷방에서 지시만 했던 대기업 후계자도 이제 사회와 소통하지 않으면 변화를 쫒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테드(TED)의 인기를 일례로 들었다.
테드(TED)는 1984년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전문가 지식나눔 강의로 정의할 수 있다.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분야 전문가들이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을 나눈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잡스처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강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테드엑스(TEDx)라는 이름으로 같은 형식의 전문가 강연이 이뤄지고 있다.
전 대표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접한 적 없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테드 형식을 추구하는 분위기”라며 “전면에 나서서 발표를 한다는 건 과거 은둔형 CEO들보다 개방적으로 나서 커뮤니케이션에 치중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제품설명회가 재미없고 어렵고 지루하면 이목을 끌기 어렵다. 이목을 끌지 못하면 초기 마케팅부터 실패다. 사회 전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다양해졌다. 기자들만 초청해 설명회를 갖는 시대는 지났다. 얼마나 다양한 미디어 채널, 즉 ‘눈과 귀’가 있는지 알게 된 거다. 삼성이나 소니가 블로거만 따로 모아 제품설명회를 갖는 이유다.”
전 대표는 “제품의 스펙을 상수로 보면 커뮤니케이션은 변수이기 때문에 마케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애플처럼 기업과 CEO가 동일시 되는 경우에는 충분히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커버그, 자유로운 PT로 홍역
그렇다고 ‘잡스식 PT’가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자유로운 PT가 되레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5월 후드티 논란을 몰고 온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 창업자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주커버그는 뉴욕의 첫 투자설명회에 청바지와 후드차림을 하고 나타나 주목받았다. 당시 “젊은 이미지와 상징성 있다”며 주커버그를 응원한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예의 없는” “제멋대로” “아직 어린” 등의 비난 섞인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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