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스는 육체적 훈련만으로는 절대 극복할 수 없는, 골프란 스포츠종목이 가진 걸림돌이다. 또한 걸림돌을 치우는 데에는 누구의 도움도, 육체적 고통도 필요하지 않다. 생각하는 골프가 바로 최상의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Case 1. 그는 정상급은 아니어도 실력으로는 국내 프로 랭킹 10위 정도로 꼽히는 골프 고수였다. 그는 여느 프로들과는 달리 ‘손님’을 상대로 내기골프로 수입을 챙기곤했다. 어느날 그는 점당 2000만원짜리 내기 골프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베팅에 라운드가 시작되기도 전에 모든 근육이 얼어붙고 말았다.
스윙은 말할 것도 없고, 단 1m 짜리 퍼트를 두고 팔이 나아가지 않았다. 아무리 세게 치려해도 폴로스루가 안 돼 볼은 홀에 턱없이 모자랐다. 그 프로는 그동안 딴 돈은 물론 모든 재산을 내놔도 모자를 돈을 잃었고, 당장 갚을 수도 없어 며칠 뒤 해외로 도망쳤다.
Case 2. 1960년대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최고 정보기관의 장은 골프광이자, 내기꾼이었다. 곧잘 대기업 총수와 라운드를 즐겼는데, ‘점당 1장’짜리. 이게 어떤 때는 0이 두 개 더 붙어 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총수 입장에선 계속 이겨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많이 져줘도 또한 낭패. 한 걸음짜리 퍼트인데 컨시드가 없고, 들어가느냐 여부에 공장 한 두 개가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단번에 홀아웃 해 버리는 강심장을 가진 총수는 없었다.

신기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고, 본인도 ‘과거’가 상기되어 아예 10년동안 대내외에 “골프를 끊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골프애정이 남달랐던 이 총수는 훗날 멋진 골프장을 만들어 스스로를 위안했다.
입스(yips) 근육경련이란 뜻이지만 골퍼들은 그냥 ‘덜덜증’이라고 애교 있게 표현한다. 스윙 망각증세와 비숫하게 이 증세에 걸리면 어드레스하는 순간 모든 근육이 얼어붙는다. 특히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한여름 그린에서 어드레스한 상태에서 근육이 얼어붙어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입스에 가장 치가 떨리는 골퍼라면 세계적 장타자 존 댈리일 것이다. 프로라면 눈감고도 성공하는 1m 이하짜리 퍼트를 한 라운드에 2,3차례나 실패하곤 했다. 미국 언론은 초기에 “댈리는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어 조용한 순간에 손이 떨려서 그런 것”으로 보도하곤 했다. 그런데 알코올중독에서 완전히 해방됐다는 진단이 나오고도 그는 변함없이 쇼트퍼트를 놓쳤다.
1990년대 중반 양적인 미국의 한 골프클리닉 연구팀이 입스에 대해 “정신적인 것 외에 육체적인 부작용의 요인도 있다”고 주장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그 보고서는 “어느 순간 특정근육을 잘못 사용해 비정상적인 근육형태가 되고, 정신의 스트레스가 가중돼 입스로 발전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가 기자 시절 국내 스포츠의학의 권위자인 하권익 박사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는데 “입스는 골프에서 근육경련증의 일종으로 강한 승부욕, 서두르는 심리적 부담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보고서나 하 박사나 입스의 치료방법에 대한 공통점은 “강박, 또는 긴장감을 스스로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스는 육체적 훈련만으로는 절대 극복할 수 없는, 골프란 스포츠종목이 가진 또 하나 골프기량의 걸림돌이다. 또한 걸림돌을 치우는 데에는 누구의 도움도, 육체적 고통도 필요하지 않다. 한 총수처럼 충격에 따른 입스 증세가 아니라면 혼자의 마인드컨트롤 즉, 항상 생각하는 골프가 바로 최상의 예방, 치료방법이다.

PGA 사상 평균 드라이버 300야드의 시대를 연 댈리지만, 정신과 전문의에 집중클리닉을 받거나, 동양적인 정신수련으로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면 1m짜리 퍼트 때문에 수많는 우승기회를 날려버린 입스 증세를 진작에 털어버릴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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