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할 때도 예의를 지켜라
해고할 때도 예의를 지켜라
  • 김성회 CEO 리더십연구소장
  • 호수 32
  • 승인 2013.02.25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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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리더학개론
▲ 해고를 통보할 때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리더 혼자 오래 생각하고 고민했다는 사실이 상대가 오래 생각했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님을 명심하자. 느닷없는 일방통보로 상대를 놀라게 하지 마라. 예고 없는 해고는 리더십은 차치하고 인간으로서 ‘도리’의 문제다. 해고당한 사람이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 위해 구직 상담과 재교육을 받을 기회마저 박탈하기 때문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해고가 일상적 풍경이 되고 있다. 사오정·삼팔선·체온퇴직(직장인들이 체감정년을 36.5세로 보고 있음을 빗댄 신조어)이 말해주듯 해고는 이제 노년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고는 본인은 물론 칼 잡은 상사에게도 적지 않은 아픔이다. 하지만 리더의 해고전달 기술에 따라 어떤 조직은 “회사 쪽으로 오줌도 누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원한을 사는가 하면, 어떤 조직은 그래도 청춘을 바친 애틋한 친정이요, 기댈 언덕으로 추억하기도 한다.

아무리 인도적으로 하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인도적이기 힘든 것이 바로 해고 커뮤니케이션이다. 해고절차에도 지켜져야 할 예의가 있다. 하지만 많은 리더는 그 불편하고 미안한 소통을 피하려다 불필요한 부작용만 낳고, 결국 ‘비정한 리더’라는 소리를 듣는다. 적어도 아래의 방법으로는 해고를 통보하지도, 종용하지도 마라.

첫째, ‘고립전술’이다. 암묵적으로 고립시켜 스스로 사표를 쓰게 하는 것이다. 말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결국 택하게 하는 최악의 해고방식이다. 당사자에게 회사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낸다. 그리고 내심 부당해고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알아서 떠나주기를 바란다.

비록 칼자루는 당사자가 쥐고서 사표를 썼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떠밀었다는 점에서 잔인한 방법이다. 손에 피도 안 묻히고 상대를 그만두게 하려는 소기의 성과는 거뒀을지 몰라도 부작용은 그다음부터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가 회사에 대한 원망과 비방을 외부에서 퍼뜨리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단물 쓴물 다 빨아먹고 나면 언제든 퇴출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직에 팽배해지기 때문이다.

리더라면 해고 후 미안해해야

둘째는 ‘모욕전술’이다. 모욕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스스로 그만두게 하는 해고 전술이다. 해당 직원을 불러놓고 그 앞에서 차마 견딜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는 것이다. 상대방의 인내심 정도에 따라 모욕의 강도는 다르다. 짐작하다시피, 자기 손으로 직접 사표를 쓰게끔 하기 위한 처사다.

모욕전술은 고립전술만큼 영악할지언정 정당한 방법은 아니다. 더구나 그동안 쭉 지켜봤다고 하면서 느닷없이 과거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덫을 놓고 함정에 걸리기만을 기다리는 치졸한 방식이다.

비록 성공한 전술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해고과정을 지켜보면서 살아남은 자들이 느낄 열패감과 모욕감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긴 게임이라고 하기 어렵다. 해고는 아무리 정당한 사유라도 상대의 존재감을 해치지 않는 게 기본이다.

셋째는 ‘일방통보’다. 모욕과 고립을 통한 해고방법이 유도에 가깝다면 느닷없는 일방통보 방식은 단도직입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 방식은 느닷없이 뒤통수를 쳐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리더 혼자 오래 생각하고 고민했다는 사실이 상대가 오래 생각했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님을 명심하자. 느닷없는 일방통보로 상대를 놀라게 하지 마라. 예고 없는 해고는 리더십은 차치하고 인간으로서 ‘도리’의 문제다.

해고 그 자체가 나쁜 소식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나쁜 소식을 전하고 해결하는 것은 리더십의 전술이다.

 
  절차상 기준을 무시하고 암묵적으로 내친다든가, 느닷없이 통보함으로써 당혹스럽게 만들지 마라.

야박하고 비인격적인 상사라는 인상을 준 순간부터 리더십은 큰 손상을 입는다. 좋은 리더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불편함과 미안함을 상대에게 진정으로 전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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