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내면 읽어야 공감 얻어
상대방의 내면 읽어야 공감 얻어
  • 심상훈
  • 호수 30
  • 승인 2013.02.15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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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경영 | 군인에서 거부가 된 범려의 계산력 ②

▲ 구천이 와신상담해 월나라 패왕이 됐지만, 그를 도와 상장군이 된 범려는 구천의 사람됨을 읽고 도망쳤다.
“내 손에 비싼 게 있다면 욕심을 부리지 말고 내다 팔고, 남의 손에 싼 게 있다면 얼른 사들여야 한다.” 계연이 말하는 ‘투자원칙’이다. 이는 2500년이 지난 요즘에도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려는 사표를 던지며 ‘나는 이것을 집에서 써 보겠다’고 말하고 곧 행동으로 옮겼다. 숱한 고생 끝에 라이벌 기업인 오나라를 물리치고 대기업 월나라의 상장군에 오른 범려는 왜 사표를 내던졌을까.

범려는 고생을 마다치 않고 왕 구천을 보좌했다. 구천과 함께 20여년간 심오한 계획을 세워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회계산에서의 치욕을 복수했다. 북쪽으로는 회화를 건너 제나라•진나라에 이르는 중원을 호령하고 주나라 왕실을 받들어 구천은 패왕이 됐고, 범려는 상장군이 됐다. 다시 월나라로 돌아온 범려는 명성이 너무 커진 탓에 오랫동안 머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구천의 사람됨이 어려움을 함께할 수 있을지 몰라도 편안함을 함께 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구천에게 쓴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있다.

“신이 듣건대, 군주가 걱정하면 신하는 수고가 많아지고, 군주가 욕을 보면 신하는 죽어야 한다고 합니다. 옛날에 군왕께서 회계에서 모욕을 당하셨는데, 제가 죽지 않았던 까닭은 이 일(복수)을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설욕도 하였으니, 신은 회계에서 군주가 모욕당한 죄를 받고자 합니다.”
구천이 말했다. “나는 그대에게 월나라를 나눠 주려 하오. 받지 않으면, 그대를 벌하겠소.”
범려가 말했다. “군주는 자신의 명령을 내리고, 신하는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 「사기세가」, 민음사


구천은 회계산을 범려의 봉읍으로 삼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범려는 무리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가서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범려는 사표를 작성하면서 직장 동료인 문종文鍾에게도 편지 한통을 보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이 모두 사라지면 좋은 활이란 거둬지게 마련이고, 날랜 토끼가 잡히면 사냥개는 쓸 데가 없어 삶아 먹히는 법입니다. 월왕 구천은 목이 길고 입이 새처럼 뾰족하고 또 검습니다. 나쁜 인상이지요. 이런 관상은 같이 고생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도, 같이 즐거움을 나누기에는 아주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대는 어서 빨리 떠나시길 바랍니다.
-  「사기세가」, 민음사


범려의 말言은 모두(皆•구천과 문종)에게 공감이 된다. 범려처럼 상대방의 숨은 내면을 읽고 말한다면 어찌 공감을 얻어내지 못할까. 범려의 ‘떠난다’는 간단한 말에 구천은 ‘봉읍’이라는 결단을 뒤늦게 보였고, 범려가 얘기하는 ‘관상’에 설득력이 있으니 문종은 소극적이나마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은 것이다. 물론 문종은 얼마 못 가서 구천이 내린 검으로 자결하게 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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