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패턴의 불규칙과 더불어 알코올이 비만을 부추기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알코올의 열량은 g당 7㎉에 달한다. 지방의 9㎉에는 못 미치지만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4㎉보다 두배가량 높다. 특히 알코올은 열량이 높은 반면 영양소는 들어있지 않은 텅 빈 칼로리(empty calories)다. 섭취되는 열량 중 가장 먼저 소모되려는 경향을 보인다.
쉽게 말해 술과 함께 삼겹살과 같은 기름진 안주를 먹으면 우리 몸은 알코올을 가장 먼저 소화한다는 얘기다. 이때 대사 순위에서 밀린 지방이 간에 잔류하고 이런 음주 패턴이 반복되면 지방간이 유발된다. 알코올이 분해돼 일차적 에너지로 쓰이기 때문에 나머지 영양소는 우리 몸에 지방으로 고스란히 쌓일 수밖에 없다.
알코올은 안주로부터 섭취한 과도한 지방을 체지방으로 전환하는 일등공신이다. 비타민을 파괴하고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하는 훼방꾼이기도 하다. 술안주로 채소나 해조류를 선택하면 좋겠지만 소주와 생미역이 술꾼에게 감동을 줄 리 만무하다. 차선으로 밥을 먼저 먹거나 채소라도 고기에 듬뿍 싸서 먹을 것을 권하지만 이런 차선책을 염두에 둘 사람 같으면 술자리를 스스로 줄일 생각을 할 것이다.
와이프가 본인의 술 먹은 날짜를 달력에 동그라미로 표시하면 표시 없는 날이 한달에 두세 번에 불과할 정도로 필자 역시 술을 즐겼다. 과도한 음주행위가 비만을 가속하는 동시에 규칙적이고 정제된 생활패턴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면서도 저녁시간 달콤한 알코올의 유혹은 견디기 힘들었다.
알코올 분해하면 지방은 쌓여

술자리 때문에 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약속이 없는 날엔 술자리를 찾아서 나가기도 했다. 기름진 안주와 술을 장시간 먹은 후 귀가하면 마비된 포만중추는 무언가를 먹을 것을 몸에 요구한다. 심야에 라면을 끓이고 냉장고 속에 술을 찾아내어 또다시 나만의 술자리를 갖다보면 기억도 없이 대충 쓰러져 잠이 들곤 했다. 173㎝의 신장에 체중이 80㎏을 넘나들 즈음에 필자는 과감히 금주를 결심한다.
술을 끊은 후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체중의 감소였다. 고칼로리 야식의 섭취와 더불어 심야시간대의 과도한 식습관이 소화기관의 휴식을 방해해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가끔 땅거미가 깔리면 술을 찾아다니던 하이에나 근성이 살아나곤 했지만 가볍게 공원을 걷는다든지, 잠자리에 일찍 드는 것으로 견뎌내곤 했다.
금주 후 늘어난 독서량과 더불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금주 후 과식은 이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술을 끊는 것만큼이나 과식을 자제하기 어려운 시절이 왔다. 설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과식하도록 내버려 둬라! 무덤이 그를 향해 세배나 큰 입을 벌릴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다이어트 격언이다. 뭘 좀 먹을 뿐인데 표현이 좀 과하게 들린다.
떡국과 과일, 기름에 부쳐낸 전이며 음복주를 비롯해 사방이 음식과 술로 넘쳐난다. 차례를 지내고 한잔, 모처럼 만난 친구와 한잔, 술과 곁들이는 기름진 안주까지 포함하면 평상시 열량 섭취율의 배 이상 늘어날 게 뻔하다. 기름진 음식과 더불어 술잔을 부딪칠 사람이 넘치는 명절은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에겐 주적으로 꼽힌다.
명절 전 어느 여성이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합숙까지 해가며 체중감량에 성공한 후 단식원에서 환대를 받으며 퇴소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뿐, 명절 후에 다시 눈물을 쏟으며 단식원에 입소했다는 얘기는 평범한 뉴스일 뿐이다.

평상시도 문제지만 명절 때 마시는 술은 특히 치명적이다. 일년에 한두번이나 볼까말까한 친지나 친구들이 건네는 술잔을 거절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명절을 맞이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평상시에 하던 대로 그냥 맘 놓고 실컷 즐기세요!”라고.
모처럼 해후한 친지들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즐길 상황에서 궁상떨지 말고 평소에 하던 대로 하라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주적으로 손꼽히는 명절을 앞둔 일부 독자는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필자는 두가지 소신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만든 신조어인 ‘5관2즐의 법칙’과 ‘여행할 땐 허리띠가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는 원칙이다.다이어트 강사는 직업의 특성상 철저한 자기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볼록 나온 복부를 내밀고 비만해소를 말한다면 얼마나 우습고 역설적으로 보이겠는가.
필자는 철저히 5일 관리하고 2일을 즐기는 5관2즐의 원칙을 지킨다. 일주일 중 평일을 관리하고 주말엔 운동과 식이조절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관리의 힘은 보상으로부터 나온다. 특히 가족과 어울릴 주말조차 나 홀로 관리해야 한다면 그 삶이 과연 행복할까.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앞에 두고 “참아야 하느니라”의 마음속 부르짖음은 재앙에 가까운 고통이다.
일단 즐기고 관리하라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은 일주일 단위로 짧게 끊어 치는 연간계획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관리와 보상의 반복이 쉬워 보이지만 막상해보면 녹록지 않다. 관리모드에서 벗어난 일상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며 몇백리를 달리는 마라톤보다도 훨씬 길다. 이 때문에 일년에 며칠에 불과한 명절은 보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 그냥 속 편히 즐기자는 것이다. 그 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설날이 끝나면 고민하기로 하자. 독자의 행복한 설 연휴에 찬물을 끼얹기 싫다. 해답은 꼭 내놓겠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