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소리없는 울음 우주시대 개막 팡파르
그들의 소리없는 울음 우주시대 개막 팡파르
  • 강서구 기자
  • 호수 30
  • 승인 2013.02.04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로호의 숨은 전사들
▲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우주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우주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세 번째 도전 만에 얻은 값진 결실이다. 2002년 8월 소형위성발사체 사업에 착수한 대한민국은 우주강국의 상징 ‘스페이스 우주’에 11번째로 가입하게 됐다. 10년에 걸친 우주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2013년 1월 30일 오후 3시 30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지휘소(MDC)엔 적막이 흘렀다. ‘발사대 온도 10도, 바람 초속 2.5m.’ 최상의 기상조건이었다. 스크린에서 숫자를 확인한 연구원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스쳤다. 한국 연구진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래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이미 2번의 실패를 경험했던 터라. 더 이상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다. 국민의 성원에 부흥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헤드셋을 낀 채 컴퓨터 모니터와 대형 스크린을 번갈아 보는 연구원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MDC를 찾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손에 땀을 쥐며 나로호 카운트다운을 기다렸다.

발사 453초 만에 목표 궤도 진입

오후 3시 45분. 나호로 발사 15분 전이다. 연구진은 장비와 기상상태, 주변환경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발사가 적합하다는 최종판단이 나왔다. 나로호 발사를 알릴 자동 카운드다운이 시작됐다.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일제히 대형 스크린을 쳐다봤다. 발사대에 기립된 나로호가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하얀 액체산소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피가 마른다. 피가 말라.” 관람석에서 누군가 극도의 긴장감을 토해냈다.
 

 

오후 3시 56분. 발사 4분 전. 나로호 산화제를 공급하는 장치가 분리됐다. 카운트다운에 돌입하자 MDC의 긴장감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온몸의 신경세포가 곤두서는 듯했다. ‘5. 4. 3. 2. 1. 발사.’ 나로호가 굉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을 내뿜으면서 우주를 향해 치솟았다.

나로호는 초속 1200m 속도로 음속을 돌파했다. 이륙 후 54초만이었다. 발사된 지 215초 만에 페어링을 분리했다. 발사 232초 후에는 1단을 분리했고, 395초 후엔 2단 점화에 성공했다. 나로호는 대지를 박차고 우주로 날아오른 지 453초 만에 목표 궤도 진입했다. 이륙 540초 후 위성분리에 성공했다.

위성분리를 마친 나로과학위성은 초속 8㎞의 빠르기로 고도 300㎞ 지점에서 타원형을 그렸다. 지구 주변을 돌며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표시다. 나로호가 순조롭게 음속을 돌파하고, 안정적으로 페어링이 분리된 게 확인됐다. 역사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위성이 무사히 분리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관람석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랜 고생 끝에 유종의 미를 거둔 연구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연구진도 있었다. 소리 없는 울음이었다.

 


1월 31일 오전 5시 11분부터 25분까지 나로호는 카이스트 인공센터와의 교신에 성공했다. 나로호는 약 15분간 한반도 상공을 두번째로 통과했다. 강경인 위성연구실장은 “과학위성이 오전 5시 10분부터 27분까지 두 번째로 한반도를 지나가는 중에 11분부터 26분까지 교신이 이뤄졌다”며 “건강정보(SH정보) 총 8개 중 5개의 데이터를 얻었다”고 밝혔다.

첫번째 교신은 나로호의 건강정보를 수집이 어려웠다. 원활한 교신을 위해 위성과 지상안테나의 일직선 작업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두번째 교신은 온도·전압·전류 유니트별 상태 등 5가지 정보를 획득했다. 강 실장 “위성회전율과 자세가 안정적이고, 태양전지판서 생산되는 전략양도 양호하다”며 “이제 위성으로부터 수집한 건강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감격은 이어졌다. 윤웅섭 한국연구재단 거대과학단장은 “꿈만 같다”며 “대한민국이 우주강국 대열에 등극

 

하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성공 발사를 위해 고통을 감내했던 연구진의 뒷얘기가 밝혀졌다. 한국 연구진은 1월 30일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에게 나로호에 얽힌 에피소드와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던 뒷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놨다.

조인현 나로호 체계종합팀 박사는 국민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게 된 점을 꼽았다. 그는 “나로호가 과학기술 발전을 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던 만큼 잇단 실패에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며 “이제 앓던 이가 빠지고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상엽 발사체 추진제어팀장은 나로호 발사 성공 후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던 사연을 들려줬다. 그는 “슬퍼서가 아니라 분당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도 찾아뵙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으니 그동안의 불효가 어느 정도 해소된 듯하다”고 밝혔다.

임석희 발사체 추진기관팀 연구원은 몇 년간 화장실조차 제대로 가지 못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임 연구원은 “초기엔 러시아 연구진과 일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과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동고동락한 덕분에 러시아어는 못 알아들어도 눈빛으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우주에 진입하다

 

 나로호 3차 발사가 2차례 연기되는 동안 북한 로켓 발사에 성공했던 당시 심정도 솔직하게 밝혔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지난해 말 3차 발사 준비를 했지만 러시아 연구진이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길 원했다”며 “일정을 연기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느라 우울증을 앓는 연구원도 생겼다. 민 센터장은 “혹자는 공기 좋고 일하기 편한 환경이라고 말하지만 입소 일주일이 지난 후에는 바다 보는 것조차 싫었다”며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한 탓에 연구원의 건강이 많이 상했는데 이제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로호의 성공은 한국형 발사체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소설 같은 달 탐사도 이제 멀지 않은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이미 우주에 진입했다.
송창헌·맹대환 뉴시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