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학의 고전성형열전 ④
추녀를 기억할 남자는 거의 없다. 중국 춘추시대 미인 ‘서시西施’를 모르는 한국 성인 남자들, 과연 몇이나 될까. 서시는 서西가 성姓이 아니다. 시施씨다. 미녀가 있다면 추녀도 있게 마련이다. 서쪽에 사는 시씨가 미녀인데 반해 동쪽에 사는 시씨는 반대였다. 남자들이 싫어할 얼굴을 한 추녀였기 때문이다.
그녀를 선인들은 ‘동시東施’라고 불렀다. 그래서 나온 사자성어가 ‘동시효빈東施效’이다. 맹목적으로 서시(미녀)를 따라 하다가 추녀가 됐다는 동시를 비꼰 말이다. 말하자면 못생긴 동시는 남자의 사랑을 받고자 미녀가 입는 옷과 장신구를 그대로 따라했다. 심지어는 속병 있는 서시가 가던 걸음을 느닷없이 멈추고는 가슴을 움켜쥐고서 이맛살을 찌푸리는 모습을 남자가 좋아하고 반하는 줄로 착각했다. 그리하여 동시 앞에 남자가 가까이 오면 서시인 양 행동했던 거다. 가슴을 움켜쥐고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으니…. 남자는 더 이상 가까이 오지 않으려 하고, 저 멀리멀리 더욱 달아날밖에…. 참, 안타깝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좋을까. 가슴 성형수술이 답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 여자는 수술결정을 빨리 한다.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사랑을 받고 싶어서다. 아름다운 몸매가 회복되길 바라는 여자에게 죄를 따지고 벌을 줄 수 있으랴. 경국지색傾國之色을 바랄 수도 없지 않은가.
중국 한漢나라 때의 일이다. 황제(무제) 유철劉徹이 늘그막에 지독한 사랑에 빠진 절세미녀가 있었으니 궁중 가수 이연년李延年의 누이다. 그녀를 한 번 보고 반한 나머지 무제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부인夫人으로 삼았다. 부인은 쉽게 말해, 황후皇后 다음 가는 지위에 해당한다. 하여 절세미녀를 ‘이부인李夫人’이라고 적어 불렀던 거다.
이부인은 무제와 사이에서 드디어 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출산 후 얼마 못가서 아들이 죽고 만다. 이부인은 깊은 상심에 빠진다. 상심에 빠진 이부인을 위무하고자 무제는 방문한다. “다시 한 번 그대의 얼굴을 보고 싶소.” 애타게 간청했건만 이부인은 등을 돌린 채 흐느낄 뿐, 얼굴을 끝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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