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포 싸움에서 권준이 적의 대장을 사살하다
당포 싸움에서 권준이 적의 대장을 사살하다
  • 이남석 더 스쿠프 대표
  • 호수 28
  • 승인 2013.01.25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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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김기환 선생의 이순신공세가(李舜臣公世家) 제17회 ②

 순신은 함대를 몰고 오비도 월명도 앞바다로 나섰다. 5리가량 되는 곳에 과연 적의 함대가 대소 5~60척의 떼를 지어 장사진 형상으로 오다가 당포 포구 밖에 저의 층루선 2척과 기타 대선 몇 척이 불타는 모양을 봤다. 또 이편의 조선 병선이 전승한 뒤에 예기충천한 형세를 보고는 그만 맥이 빠져 오던 방향을 돌려 개도 쪽으로 달아난다.

 
순신은 그 높은 누각이 있는 배가 적의 대장이 탄 배인 것을 짐작하고 즉시 거북선으로 명하여 그 층루선을 맞부딪치게 하였다.

거북선은 용의 머리를 번쩍 들어 굉굉轟轟한 소리를 지르며 대포를 쏘아 현자 철환을 보내고 또 천자 지자총통으로 대장군전을 방사하여 그 배를 깨뜨리니 거북선의 뒤를 이어 따르는 제장선이 돌입하여 일제히 각양 총통과 화전 및 장편전을 쏘았다. 그때에 중위장 순천부사 권준이 적의 철환의 비를 무릅쓰고 바로 그 층각선의 밑으로 달려들어 활을 쏘아 적장의 이마를 맞혀서 피가 쏟아지는 것이 보였다.

적장은 손을 들어 그 이마에 박힌 살을 빼어 던지고 태연자약하게 싸움을 감독한다. 그러나 권준의 두 번째 화살이 그 적장의 가슴을 맞혔다. 그는 층루 위에서 떨어졌다.

사도첨사 김완과 군관 진무성陳武晟이 그 배에 뛰어올라 넘어진 적장의 머리를 베고 그를 구하는 적장의 근시 6인을 베었으며 우후 이몽구는 그 배에 남은 군사를 사로잡고 배를 탈취하였다.1)

대장군전이라는 무기는 쉽게 말하면 대포의 철환이다. 그 제조된 방식은 대포의 철환보다는 더 한층 무서운 것이다. 그 파괴력으로는 그 이상은 없었다. 모양은 머리는 쇳덩어리요, 몸통은 참나무에 6개의 날개가 있고, 꼬리에는 쇠공이가 첨부되어 있어서 날아가는 도중에도 쇠공이가 튕겨 힘을 증가시키는 것이니, 능히 10리 밖의 성곽이나 누각선을 당파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 이공이 이 무기를 발명하였다.

충무전서 중에 당포전승 장계에 먼저 거북선으로 층루선 아래를 부딪치게 하여 거북선 입으로 현자 철환을 위로 쏘게 하고 또 천자 지자총통으로 대장군전을 방사하여 배를 당파하였다고 썼다. 참으로 이공은 동방 대포의 발명가라고 아니할 수 없다. 임진란 당시 유물인 대장군전이 40년 전까지 통영統營 주사화포청舟師火砲廳에 있었다. 본저술자도 소년시대에 그를 목격하였다.

우후 이몽구는 적의 층루선을 수색하여 적장의 책상 위에 있는 금단선2) 하나를 얻었다. 부채 오른편에 ‘우시축전수’羽柴筑前守라는 5자를 쓰고 한가운데 ‘유월팔일수길’六月八日秀吉이라는 6자를 쓰고 또 왼편에는 ‘구정유구수전’龜井琉球守殿이라는 6자를 썼다. 이몽구는 이 부채를 순신에게 바쳤다.

우시는 풍신이 되기 전까지 수길의 성이니 이 금단선은 수길이 아직 우시씨로 있던 시대에 유구琉球(류큐)태수로 있는 구정龜井(가메이)씨에게 선물로 증여했던 것인 듯하다.3)

그러기에 전殿이라는 글자가 존대하는 의미로 기록되어 있다. 이번 당포해전에서 조선수군에게 패해 사망한 일본대장의 이름은 유구태수인 구정자구龜井矩(가메이 고레노리)라는, 즉 충승沖繩(오키나와) 도주라는 것이었다.4)

▲ 순신은 적선을 전부 불사르고 오직 배 한 척만을 남겨두어 상륙 망명하였던 적병이 물길로 도망할 편리를 주게 하고 군을 거두니 벌써 날이 저물었다. 사진은 KBS드라마 중 한 장면.
이 구정자구라는 사람은 하란국5) 언어를 능통하고 외국인 교제에 능숙하여 수길의 부하에서 외무대신 격으로 외교에 관한 사무를 장악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전년에 수길의 사명을 받아 세 차례나 서반아국6) 영지인 여송도7)와 하란국 영지인 조왜도8)로 왕래 교섭하여 조선 출정에 사용할 대형 군함을 수백척이나 구입하였으며 또 하란국에서 제조한 조총을 십여만정이나 동시에 매입하여 군용에 준비하고 수길에게 헌책하여 명과 조선의 군대로서는 아직 조총의 사용을 모르니 이 뛰어난 무기를 우리 군대가 가졌은즉 가히 천하를 횡행할 것이라고 하여 수길의 비위를 맞추어서 이러한 공로로 곧 승직이 되어 지금은 대주수9)였다.

구정자구의 직위는 수길의 부하에서 가등청정 흑전장정의 이상이었으며 위인이 씩씩하고 사나워 대장의 기풍이 있었다. 이런 고로 수길의 신임을 받아 조선에 출정할 때에도 수군총대장이 되어 중앙 황기를 수길에게 받았으며, 전군은 구귀가륭이 적기를 받고, 좌군은 관야정영이 청기를 받고, 우군은 등당고호가 백기를 받고, 후군은 가등가명이 흑기를 받아 위무당당하게 대마 해협을 지나 조선으로 도해하였던 것이었다.

이번 당포해전의 결과로 10만수군을 지휘하던 총사령관이 손쉽게 전사하고 보니 이 소식을 들은 가등청정과 소서행장 등 일본 제장은 모두 놀라고 분하고 두려웠으며 수길의 대륙경영도 이로 인해 크게 좌절이 되어 낙담 상심하였다. 이 후로부터 수군총사령의 직무는 협판안치가 피임되었다 한다.

그리고 순천부사 권준과 우후 이몽구 양인은 원래에 경내를 지키기를 주장하던 일파로 제1차 출전시에는 이럴까 저럴까 하다가 공을 세울 기회를 앉아서 잃어버린 것을 후회하여 금번 당포싸움에는 양장이 다 용맹을 떨치며 앞장섰다.

소비포권관 이영남은 이 층루선에서 조선 여자 2명을 발견하여 칼을 들어 치려 할 때에 그 여자는 빌며 “장군님, 살려줍시오. 소인네는 조선 사람이오”하고 애걸한다. 이영남은 그 여자들을 사로잡아 저의 대장인 원균에게는 보내지 아니하고 순신의 기함으로 데려와서 바쳤다. 당포에 있는 21척의 적선은 다 때려 부수고 죽이고 불사르고 하여서 싸움이 끝이 난 때에는 석양볕은 서산에 걸렸다.

▲ 황혼이 지난 뒤에 순신은 당포에서는 안심하고 잠을 잘 수가 없다 하여 곧 행선을 재촉했다. 순풍에 돛을 달아 진주 지방인 창선도 앞바다에 왔다.
순신은 이영남이 포로로 잡아온 여인네들을 심문하였다. 여자 하나는 나이 어리고 하나는 울산에 사는 하녀인데 이름은 억대億代라 하고 그 얼굴이 미색이요, 어린 여아는 이름은 모리毛里요 거제현 사람이라 한다.

억대의 말은 “소인은 울산군 김씨가의 사비로 상전과 함께 피난하여 가다가 적군에게 사로잡혀서 적장의 사랑을 받아 그만 몸을 허락하였소. 적장의 성명은 무엇인지 몰라도 키가 훌쩍 크고 기력이 장사이며 매우 얼굴이 잘났는데 나이는 30살이나 되어 보였소. 낮이 되면 배 층루에 올라가 누런 비단 전포에 금관을 쓰고 모든 배에 있는 장수들이 다 와서 꿇어앉아서 장령을 듣고 혹시나 영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용서없이 목을 베어 죽입디다. 그리고 밤이 되면 소인의 방에 들어와 잠을 잤소. 소인은 일본말을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소”하였다.

적장과 15일간이나 부부생활의 정을 나눈 억대는 “오늘 접전할 때에 그 층루선에 대하여 조선 화살과 철환이 비 오듯 떨어져 처음에는 적장이 이마를 맞았으나 꼼짝도 아니하다가 나중에 가슴을 맞고는 악 하는 소리를 치고 떨어졌소”하고 적장이 겁 없이 태연자약하던 것을 자랑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였다.

조선의 탄환과 화살에 맞아 쓰러진 적군의 시체는 해안과 바다에 널려 서로 이어졌다. 그러나 살아남은 적군은 그것을 돌아볼 새 없이 육지로 뛰어내려 도망하였다.

적선을 수색하여 전리품을 몰수한 뒤에 적선을 거의 불사르고 장차 군사를 상륙시켜 뭍으로 달아난 적군을 추격 소탕하려 할 때였다.

탐보선이 보고하되 적의 대선 20여척이 중 소선을 수없이 거느리고 거제 쪽으로 바로 당포를 향하여 온다고 하였다.

 
순신은 제장을 불러 분부하기를 “우리 군사가 사천 곤양으로부터 여러 번 싸움을 경과하고 오늘 또 이 당포 승전이 있어 비록 연전연승하여 예기는 충천하나 피곤하지 않을 수 없소. 또 적의 새 부대와 야전夜戰을 하기 곤란하니 오직 싸우지 아니하고 적을 물리치는 계책은 당포 내에 있는 적선을 끌어내어 포구 밖에 세우고 불을 놓는 것이오. 그러하면 새로 오는 적의 함대가 그것을 보면 자연 기운이 빠져 감히 싸우지 못하고 도피하기 쉬우리라”하였다.

또 “이 당포는 너무 협착하여서 싸우기에 불편할 뿐 아니라, 산 위에 도망가 숨은 적병이 많이 있으니 바다에 새로 오는 적선과 접전하면 저들은 수륙이 상응할 근심이 있소. 우리는 큰 바다로 나가서 좋은 진지를 잡아서 삼군을 정제하고 싸울 준비를 갱신하게 하시오”하였다.

제장들이 명령을 듣고 적의 층루선 2척과 대선 몇 척을 포구로 끌어내어 불을 놓으니 화광이 하늘을 찔러 황혼이 되려 하던 강산이 새로 명료하였다.

순신은 함대를 몰고 오비도10) 월명도11) 앞바다로 나섰다. 5리가량 되는 곳에 과연 적의 함대가 대소 50~60척의 떼를 지어 장사진 형상으로 오다가 당포 포구 밖에 저의 층루선 2척과 기타 대선 몇 척이 불타는 모양을 봤다. 또 이편의 조선 병선이 전승한 뒤에 예기충천한 형세를 보고는 그만 맥이 빠져 오던 방향을 돌려 개도12) 쪽으로 달아난다.

제장들은 그것을 보고 기운이 나서 따라가 때려 부수기를 원하였으나 순신은 날이 이미 저문 것을 이유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적선이 불붙는 저희 배의 참혹한 모양과 이 편 함대의 정숙한 태도를 보고 싸우지도 아니하고 마치 미리 계획한 것같이 한 방향으로 달아나는 것이 무슨 흉계로 유인하는 것같이도 보였다. 순신은 종일 싸움에 피곤한 군사를 몰고 추격하는 것이 불온당하다는 것이었다.
정리 | 이남석 더 스쿠프 대표 cvo@thescoop.co.kr 자료제공 | 교육지대(대표 장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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