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유연한 배터리 세계 최초 개발

머지않아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가 등장할 것이다. 책받침처럼 얇고 작은 판으로 생산된 TV•노트북•스마트폰을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전원이다. 사각형 혹은 원통형의 배터리를 끼운다고 가정해보자. 배터리 부분만은 유연함을 유지할 수 없다. 플렉시블 배터리가 없다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상용화할 수 없다.
이런 한계를 최근 국내 연구진이 넘어섰다. 이상영 울산과학기술대(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와 조국영(신소재공학부) 공주대 교수가 주도한 국내 연구진은 간단한 인쇄공정으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플렉시블 리튬2차전지의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영기•김광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와 존 로저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길은혜 강원대 연구원 등이 공동 참여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에서 지원했다.
모바일 전지는 일반적으로 성냥갑 같은 곳에 전해질(전도성 액체)을 넣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조청이나 꿀처럼 만든 전해질을 전극에 직접 바른다(print•인쇄). 여기에 자외선을 30초 동안 쪼이면 전해질이 굳어 배터리가 된다. 이 기술은 재료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최신호에서 표지논문으로 다룰 정도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는 과학 분야에서 「네이처 사이언스」 다음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많은 재료과학 전문가는 이 학술지에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실리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원천기술이 표지에 소개된 것은 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용화 염두에 두고 개발

플렉시블 리튬2차전지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정해진 형태가 없기 때문에 어떤 모양의 제품이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종이처럼 완벽하게 접었다 펼 수 있다. 액체 전해질을 이용한 기존 리튬2차전지보다 안전성도 뛰어나다.
기존의 리튬2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액체 전해질을 주입하고, 양극 사이를 분리막으로 막은 형태였다. 전기가 발생하면 분리막이 녹아 폭발이 일어날 위험이 컸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변형해 폭발위험을 해소했다. 분리막이 따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역시 기존 제품보다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용화다. 이 교수는 “산업용 테스트와 양산공정을 개발하는 일만 남았다”면서 “수 시간 이상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 기존 공정에 비해 30초 이내의 자외선 노출만으로 고분자 전해질 제조가 가능해 별다른 무리 없이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G화학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양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상용화는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연구진의 고분자 배터리 기술이 제2의 스마트 혁명을 이끌고 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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