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고통스런 육체적인 연습 외에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는 그 무엇이야말로 골프의 특징이자 매력일 것이다. 골프가 갈대에서 ‘생각하는 갈대’로 되는 순간 골퍼는 강한 존재감 회복과 함께 의문이 풀리고 드디어 골프가 재미있어진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줄기의 갈대일 뿐이다… 한 방울의 물이면 그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파스칼의 유고집 ‘팡세’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이를 더 먹으면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지금 “골프는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필자는 서슴없이 “생각하는 갈대”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정답은 아니다. 이 시대 전 세계에는 수천만명의 골프인구가 있는데, 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족히 1000만 가지 이상의 다른 답이 나올 것 같다. 골프는 보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는 까닭에 확실한 경험에 의거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는 까닭이다. 그러면 “야구는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라면 아마도 셋 중 한명은 “야구는 야구지” 라고 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 개념은 점점 의문투성이가 돼버렸다.
골프가 다른 스포츠와 다른점…

어쩌면 골프란 종목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타이거 우즈가 보기한 홀에서 70 노인이 버디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육상에 대비하면 70 노인이 우사인 볼트와 달리기 대결을 하는데 가끔은 대등한 순간도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이니, 이 얼마나 황당한 스포츠인가.
골프는 갈대다. 한 방울의 물 때문에 볼이 더 구르지 못하고 홀에 걸쳐 파를 못하는 바람에 우승을 놓쳐 그 후유증이 장기 슬럼프로 이어지는 정상급 프로골퍼가 있는가 하면, 연습 때는 한 박스 전부 드라이버샷이 스트레이트로 날아갔는데, 정작 필드에선 뒤땅, 슬라이스, OB 퍼레이드란 지옥 같은 연출의 주인공을 경험한 주말 골퍼들이 주변에 아주 흔하다. 어떤 골퍼는 분함을 참지 못해 골프채를 꺾어버리고 결별하는가하면, 어떤 골퍼는 골프 앞에 자신의 연약함과 초라함을 한탄하며 한방에 치유될 수있는 레슨프로를 찾아 이곳저곳 인도어를 기웃거린다.
육체적 연습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그 무엇이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골프와 정통스포츠의 근본적인 다른 점이다. 1920년대 대학에서 법률, 문학사 등 공부할 건 다하고도 세계골프메이저타이틀을 휩쓸어 훗날 ‘골프성인’으로 추앙받은 보비 존스는 그의 자서전 「Down the Fairway」에서 그 무엇을 ‘Oldman Par’라고 표현했다.
육체적 연습만으로 1등 못해
솔직히 존스에 대해 연구해 본 적은 없으나 그의 골프인생 내내 스스로를 지배해왔던 ‘Oldman Par’를 감히 마인드(mind) 골프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골프는 야구나 축구처럼 현대문명에 의해 과학적으로 공간을 제한해 창안된 스포츠가 아니라 탄생의 대원칙처럼 ‘있는 그대로’(As It Lies) 비교적 자연과 가깝게 접목된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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