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리자(민주당), 정부지출부터 줄여라(공화당).”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을 향해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며 비난했다. 공화당 역시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다간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또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기 임기를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정치권이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을 협상하지 못하면 미국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에 빠지고 주식시장과 세계경제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에 대해 “국민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협박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 냈다.

문제는 공화당 역시 일보도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채무한도를 증액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규모의 정부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악화된 재정문제는 세수를 확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부지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미국인은 예산 삭감 없이 부채한도를 늘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연방 예상 삭감에 실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부채한도 증액 실패가 초래하는 재앙 못지않다”고 말했다.
부채한도 증액 협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2011년 8월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치열한 협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양당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처음으로 최고 등급인 트리플A에서 한 단계 낮은 AA+로 강등했다. 충격은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가 부채 상한을 제때 올리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역시 미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다 하더라도 향후 10년간 이어질 재정건전화 작업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상승 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면 미 신용등급은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미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돼도 2011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P가 기습적으로 미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과 달리 지금은 예상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학습효과’ 역시 후유증을 완충해 줄 것으로 보인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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