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어주는 그림

동대문 포목점에서 흰 타이즈 천을 필로 끊어 만든 자루 속에 스스로 몸을 밀어 넣고 봉했다
배낭을 맨 유럽인이 바이칼호수의 울혼섬으로 떠난 날
어두침침한 조명이 비친 무대 위에서 자루 속으로 떠났다
육십 개 강이 흐른 만주 땅으로 말을 타고 굴러다녔다
팔다리 몸의 형태를 바꾸며 돌 때마다
주몽의 피가 숨 가쁘게 요동을 쳤다.
땀에 젖어 합성섬유의 결을 늘려서
새를 타고 날아가는 암각화를 그려 넣고
숨이 차올라 처음으로 괴로운 자아를 떠올렸다.
뿌옇게 떠밀리는 밖의 세상과 친해지고 싶어
밖에서 보여지는 나의 형상이 궁금했다.
물에 잠기다 떠오른 섬 같거나
공업시설에서 흘러나온 오염물질 같을까
씹지도 뱉지도 못하는 사금파리 한 조각을 물고
자루 속에서 마주친 내면은 쓰디쓰기만 ……
시 | 김리영
- 서울예대 무용과•세종대 무용교육과 졸업
- 1991년 「현대문학」에 ‘죽은 개의 슬픔’을 발표하며 등단
- 한국시인협회•국제펜클럽 회원
- 시집 「1053년에 폭발한 그」 「바람은 혼자 가네」
그림 | Wang, Hong Zheng
- 중국예술연구실 유화창작 연구원
- 북경유화협회 회원
- Linxi대학교 미술학원 교수
- 2004년 제10회 전국미술대전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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