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군 함대 패배에 분노한 수길이 전함 독려하다
수군 함대 패배에 분노한 수길이 전함 독려하다
  • 이남석 더 스쿠프 대표
  • 호수 26
  • 승인 2013.01.11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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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김기환 선생의 이순신공세가(李舜臣公世家) 제16회 ②

순신은 자기의 장졸이 싸울 뜻이 강하고 또 적병이 심히 오만한 것이 모두 병가의 유리한 조건이라 순신의 바라고 기다리던 바와 부합하였다. 적이 교만하고 나의 사기가 싸울 듯이 강고한 것은 필승의 비결이요, 게다가 저녁 밀물이 되돌아들기 시작하니 정말 때를 만난 셈이었다.

 

적선 일개 소부대가 경상도 해안을 돌며 마을에 불을 놓고 약탈을 자행하였다. 이것은 약탈 그것이 목적인 것보다도 이순신의 수군에게 대하여 도전적 행동인가도 싶었던 것이었다.

원균은 졸지에 이 적의 소함대를 만나 피하려야 피할 수 없게 되어 부득불 이운룡, 기효근으로 선봉을 삼아 막게 하였더니 기효근이 겁을 내어 배를 돌려 달아났다. 원균 역시 황겁하여 배를 돌려 도주하였다.

이운룡, 우치적, 이영남의 무리는 고립된 군사로 싸우기도 하며 후퇴하기도 하였다.

이순신의 날개 밑이 아니고는 영남 수군의 혼자 힘으로는 일본군을 어쩔 수 없어서 원균은 부하를 이끌고 노량으로 쫓겨 왔다.

이운룡이 분을 이기지 못하여 원균에게 간언하되 중위장 기효근이 싸우지 않고 먼저 도망한 죄를 군법으로 처단하라고 하였으나 기효근은 늘 주육으로써 원균에게 대접하였기 때문에 원균은 도리어 기효근을 두둔한다. 그러나 이운룡은 이것을 개의치 아니하였다.

하루는 원균이 골을 내며 부하에게 “우리가 이순신에게 누차나 청병하여 순신의 오기를 어린아이가 어머니 젖줄 바라듯 하였으나 이순신이 종시 부동하니 나는 상륙하여 상감을 모시고자 하노라” 핑계하고 또다시 숨으려 하였다. 이운룡이 이영남과 더불어 원균에게 항언하기를 더 절실하게 하니, 원균이 이운룡을 두려워하여 감히 도망하지도 못하고 또 순신에게 청원하였다.

이때 순신은 원균으로부터 적선 10여척이 사천 곤양 등지에 출몰하여 마을을 불사르고 재물을 약탈하여 백성의 피해가 무쌍하나 자기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으니 곧 출병하여 구원하라는 관문이 또 왔다.

▲ 실제 거분석과 판옥선을 축소하여 만든 모형.

이러한 관문이 삼사차나 되었다. 그러나 순신의 함대는 아직 출동을 하지 않아서 원균은 하는 수 없어 남해 노량 근처의 깊숙한 항만을 택하여 잠복하였다.

순신은 정탐의 보고를 종합한 뒤에 제2차로 출정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전라감사 이광에게 글을 보내 전라우수사 이억기를 재촉하여 자기의 뒤를 이어 주사를 몰고 오도록 하라고 한 뒤에 순신은 출발하였다.

순신의 주사가 오는 것을 보고 원균은 노량산 그늘 속에 숨었다가 전선 삼척을 끌고 나와 활불이나 구세주 오는 듯이 순신을 맞았다.

순신은 전 함대에 영을 내려 “전라우수사 이억기의 주사를 기다려서 전라좌우도 및 경상우도 합 3도 주사가 이곳에 모여 연합행동을 취할 것이나 아직 기다릴 수 없으니 어서 행선하라” 하였다.

순신의 함대가 기고 당당하게 노량목을 통과할 때에 곤양쪽으로부터 적의 중선 1척이 나타났다. “잡아라!” 하는 장령이 내렸다.

전 부장 방답첨사 이순신李純信과 남해현령 기효근 등이 북을 울리고 기를 휘두르며 쫓아가 사천을 향하였다.

적군이 마침내 붙잡히게 되자 적군은 배를 버리고 상륙도주하였다. 적선을 깨뜨려 불살라 버린 뒤에 장졸들이 기뻐 날뛰는 모습을 보고 순신은 그 경적輕敵의 폐해를 깊이 경계하였다.

창선도 사량도의 호수와 같은 바다로 오니 문득 좌척후장 녹도만호 정운, 우척후장 사도첨사 김완의 배에서 마황기를 휘둘러 적선이 보인다는 보고를 한다.

과연 사천의 선진船津 땅에 400여 명이나 될 듯한 적병이 장사진을 벌이고 붉은 기와 흰 기를 많이 꽂아서 사람의 눈이 현란하게 비단 광채가 찬란하였다.

진 안쪽의 봉우리에 장막을 치고 군사들이 분주히 왕래하는 것을 보니 장수의 지휘를 듣는 듯하며 선창에는 누각처럼 생긴 배가 있고 그밖에 대중선 합하여 12척이 섰고 배에도 군사가 수백명이 있는 것이 보이며 진 친 데 있는 적장은 칼을 빼어 들고 교만한 태도를 보였다.

제장들이 그것을 보고 분기를 걷잡지 못하여 활을 쏘고 총통을 놓았으나 거리가 워낙 멀어서 중간에 빠지고 미처 가지를 못하고 조수가 썰물이 되어서 판옥대맹선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순신은 하령하되 뱃머리를 돌려 퇴각하라 하였다. 순신의 함대는 일제히 바다를 향하여 달아났다.

군관 송한련이 순신에게 항의하되 “적장과 적선을 살려두고 어디를 달아난단 말이오?” 하였다.

녹도만호 정운, 광양현감 어영담, 전 만호 송희립 같은 맹장들 까지도 싸우지도 아니하고 퇴각하는 것을 자못 불만스럽게 여겼다. 경상우수사 원균은 이운룡을 돌아보며 “이순신도 겁을 내어 달아나는 걸?” 하고 비웃었다. 이운룡은 대답하되 “글쎄요. 퇴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간에 필시 계책이 있는 모양 같소만…” 하고 미처 깨치지 못하였다.

▲ 자기의 장졸이 싸울 듯이 강하고 또 적병이 심히 오만한 것이 모두 병가의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순신이 바라던 바와 부합하였다. 사진은 KBS 드라마 중 한 장면.

그러나 순신은 제장들이 불가하다고 하는 말도 들은 체 않고 어서 퇴각하라고 재촉할 뿐이었다.

대개 육지가 가까운 장소에서 싸운다 하면 적병이 위급한 때에는 상륙하여 도망할 편리를 주는 수가 있으며 또 수심이 옅은 곳에서 장시간으로 맞붙어 싸운다하면 조수의 관계로 배들이 얕은 바닥에 올라앉기도 하고 개흙에 박혀서 꼼짝 못하기도 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천 산 위에 있던 적병은 이편 병선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기세를 얻어 반은 배에 올라 따라 나오고 반은 육지에 모여서서 대포를 쏘고 싸움을 돋울뿐더러 마치 조선 수군이 물러가는 것을 조소하는 듯한 빛을 보였다. 이러한 광경을 보고 순신의 부하 제장은 모두 팔뚝을 뽐내며 적군과 한번 싸우기를 청하였다.

순신은 자기의 장졸이 싸울 뜻이 강하고 또 적병이 심히 오만한 것이 모두 병가의 유리한 조건이라 순신의 바라고 기다리던 바와 부합하였다.

적이 교만하고 나의 사기가 싸울 뜻이 강고한 것은 필승의 비결이요, 게다가 저녁 밀물이 되돌아들기 시작하니 정말 때를 만난 셈이었다.

순신은 또 한 번 장령을 내렸다. “뱃머리를 돌려라. 들어오는 조수를 따라 들어가 쳐라!” 명하였다. 23척의 대맹선은 일제히 키를 돌려 다시 사천 포구로 풍우같이 몰아 들어간다.

최전선 선두에는 거북선을 놓아 적선 중으로 돌진하여 싸움이 격렬하게 시작되는데 적병들은 괴이한 거북선을 보고 놀랐다.

 

거북선은 금빛이 번쩍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입으로 연기와 화염을 토하며 전•좌•우로 천지현자 각양 대포를 맹렬히 방사하며 진중에 들어와 나는 듯이 횡행하는 것을 보고 산상에 있는 적군과 해안에 있는 또는 선중에 있는 적군들이 모두 경동실색하여 거북선을 향하여 일제히 철환과 화살을 빗발치듯 쏘았다.

적병들이 거북선 하나에 공격을 집중하고 있는 틈을 타서 다른 병선들이 점점 가까이 들어와 본즉 적선 중에는 조선 옷을 입고 조선 상투를 짠 조선 사람인 듯한 작자가 간간이 섞여 있어서 이쪽 조선 병선을 향하여 총을 놓고 있다.

그것을 본 이순신은 분노하였다. “이놈들, 조선의 은덕을 입은 놈들이,” 하고 “제장은 저놈들부터 먼저 잡아라!” 하였다.

그 호령의 소리가 우레와 같아 장수들의 배에까지 떨쳐 진동하였다. 순신은 분함을 이길 수 없어서 몸소 조선 왜놈이 있는 적선을 향하였다.

순신이 앞장을 서고 제장들도 그 뒤를 따랐다. 그래서 순신이 가리키는 배를 엄습하였다.

이편의 무기인 대완구와 불랑기 등 각양 총통과 장편전 유엽전 피령전 노전努箭 화전 등 각색 궁시가 터지고 쏘는 소리가 비바람과 벼락같아서 적군의 죽음이 무수하였다. 그 부르짖는 적군의 소리가 실로 처창 참담하여서 일대 비극을 이루었다.

적군은 견디지 못하여 배를 버리고 물에 뛰어들어 헤엄쳐서 달아나 산으로 올라 살아난 자가 열에 하나가 되지를 못한 모양이었다.

적병 속에 끼어서 적을 위하여 싸우던 조선 사람의 시체는 찾아보았으나 웬 일인지 보이지를 아니하였다. 이 싸움에도 적군에게 포로가 되었던 조선 여아를 찾았다.

적선 12척중에 1척만은 남겨두고 나머지 11척은 당파하여 불사르니 산상에 남아 있는 적병들이 멀리서 바라보고 발을 구르며 통곡하였다.

이것이 사천승첩이라 하는 싸움이었다.1) 적의 병선 1척을 남겨 놓은 뜻은 어떠한 이유이런고. 하회를 보면 자연 알리로다.
정리 | 이남석 더 스쿠프 대표 cvo@thescoop.co.kr 자료제공 | 교육지대(대표 장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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