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한 브랜드에 길거리가 반응하다
트렌디한 브랜드에 길거리가 반응하다
  • 김건희 기자
  • 호수 26
  • 승인 2013.01.10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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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두상권 공략한 패션업계 제왕들

SPA 브랜드와 아울렛 등장 후 가두상권은 침체됐다. 특히 어덜트 캐주얼(중년 여성복)이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더 많이 팔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건 게 화를 불렀다. 이런 가두상권이 부활하고 있다. 진원지는 쉬즈미스(인동FN)와 이사베이(신원)다.

▲ 여성복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쉬즈미스(인동FN)와 이사베이(신원)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브랜드에 철저하게 반영한 결과다.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 2010년 장기권(57세) 인동FN 대표는 도심 가두상권을 한바퀴 돌았다. 중장년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어덜트 캐주얼(중년 여성복)이 눈에 쏙 들어왔다. 당시 가두상권 어덜트 캐주얼은 성장을 거듭하다가 2005년 이후로 정체된 상태였다. SPA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후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래서일까. 업계의 평가는 박했다. ‘물량과 가격 이외에 별다른 전략이 없다’ 혹은 ‘1000억원 매출을 올려도 적자다’는 혹평이 주를 이뤘다.

장 대표는 문제점을 분석했다. 침체이유는 간단했다. 디자인이 단순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비해 가두점은 상품 회전 속도가 느린 탓에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지 못했다. 여기에 무분별한 할인정책이 한몫했다. 출시하자마 40% 꺾어 파는 수시 균일가가 만연했다. 2가지 가격을 설정하는 이중가격제도 심각했다. 많이 팔고도 이익률이 떨어졌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트렌디 스타일로 가두상권 장악

그런데도 장 대표는 2010년 가두상권에 진출하기로 결심했다. 브랜드는 쉬즈미스를 선택했다. 백화점과 아울렛몰에서 꽤 반응이 좋은 여성복이었다. 일각에서 ‘가두상권의 한계론’을 내세우며 우려를 표했다. 가두상권 어덜트 캐주얼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잘 되고 있는 브랜드를 굳이 가두점에서 팔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도 있었다.

장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쉬즈미스는 중국ㆍ미국에서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외진출에 앞서 국내 가두상권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초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기존 가두상권 어덜트 캐주얼의 문제점을 보완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장 대표는 선포했다. “가두상권이 침체라지만 그쪽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있다. 2년 안에 매장수를 2배로 늘리겠다.”

장 대표는 가두점에 맞는 전략을 세웠다. 백화점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쉬즈미스의 과제는 기존 어덜트 캐주얼의 한계를 극복하는 거였다. 우선 소비자를 30~40대 여성으로 설정했다. 젊고 세련된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그래서 가격보다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으로 가두상권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었다. 콘셉트는 모던 앤드 시크(Modern&Chic)로 정했다. 20~30대가 가두상권에서 입을 만한 트렌디한 브랜드가 없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 대표는 베트남 호찌민 공장에서 물량을 조달받았다.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해서였다. 백화점에서만 전개한 브랜드를 가두상권까지 확장하려면 아웃소싱과 영업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베트남 공장설립은 신의 한수였다. 쉬즈미스의 물량은 빠르게 돌아갔다. 회전율이 높아지자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해졌다.

장 대표가 가두상권 진출을 선언한 지 2년. 쉬즈미스는 가두상권 어덜트 캐주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사업 초기지만 성적이 괜찮다. 2012년 매출은 1250억원에 이른다. 가두점에서만 3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장도 늘어났다. 2010년 가두점 15개에 불과했던 쉬즈미스는 2012년 가두점 95개를 포함해 총 209개의 매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가두점이 2년 사이에 6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외형만 키운 건 아니다. 2012년 8월 가두상권 방배점은 1억3000만원, 창원점은 1억1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8월이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실적이다.

쉬즈미스는 올해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한다. 메가숍 전략이다. 백화점과 가두점의 매장 사이즈를 키우고, 4개 섹션으로 상품을 전개할 계획이다.

백화점과 가두점 상품을 일원화하는 대신 프리미엄 라인과 기획 상품으로 분리해 제작한다. ‘한지붕 두가족’ 전략이다. 주력 아이템은 가격을 낮춰 확실하게 밀어줄 방침이다. 눈에 띄는 전략은 또 있다. 올해부터 세일정책의 횟수를 줄인다. 할인 횟수를 줄이는 대신 혁신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이아영 인동FN 팀장은 쉬즈미스의 흥행요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여성복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쉬즈미스가 탁월한 실적을 올린 것은 해외 아웃소싱과 철저한 트렌드 조사, 디자인 덕분이다.”

주목해야 할 가두상권 브랜드가 또 있다. 신원의 이사베이 드 파리(이사베이)다. 가두상권에서 급성장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이사베이는 2011년 8월 론칭 당시 ‘엄마와 딸이 함께 입는 옷’이 콘셉트였다. 젊은 체형과 감성을 지닌 모녀가 함께 쇼핑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드에 연결한 것이다.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비즈포티 캐주얼(Bizporty casual)을 전면에 내세웠다. 캐주얼과 스포츠가 접목된 게 특징이었다.

하지만 2012년 신원은 이사베이를 리뉴얼했다. 비즈포티 캐주얼에서 여성 커리어로 전환한 것이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가두점 소비층을 분석한 결과,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가진 차별화된 브랜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원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 라인을 빼고, 여성 정장을 보강했다. 론칭 1년 만에 유러피언 정장 스타일로 탈바꿈한 것이다. 브랜드 변화에 맞게 소비자 연령을 조정했다. 20~50대 여성까지 포함했던 고객층을 30~40대로 낮췄다. 브랜드의 변화를 보여주고자 BI도 변경했다. 이사베이를 상징하던 보라색에서 살구 계열로 바꿨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이사베이의 성적표는 어떨까. 지난해 신원은 가두점 120개를 오픈했다. 가두상권에 뛰어든 지 1년 만에 매장 100개 이상을 확보한 것이다. 실적은 가프라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사베이는 약 300억원의 수익을 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본격적인 가두점 운영은 올해부터다. 지금까지는 점주와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은석 신원 팀장은 “SPA 브랜드 여파로 가두상권이 죽었고, 경기침체로 최근 여성복 론칭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사베이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사베이의 선전은 한 가지 사실을 더 보여준다. 박성철 신원 회장의 경영능력이다. 박 회장은 최근 공격경영을 펼치며 브랜드의 명품화와 대중화를 구사하고 있다. 그중 이사베이는 대중화 전략에 따라 론칭된 브랜드로 박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경영으로 불황 돌파

한편에선 경기침체를 이유로 거침없는 신원의 행보를 우려했지만 박 회장은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신원은 공격경영의 결실을 맺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패션업계가 위축됐을 때 신원은 이사베이ㆍ반하트 디 알바자ㆍ세스띠 등 3개의 신규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명품 잡화 브랜드 로메오 산타마리아를 인수했다. 박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신원은 올해도 브랜드 명품화와 대중화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올해 그의 나이 73세. 노익장을 과시하는 박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이런 말을 한다. “2년 내 명품 여성복을 만들겠다. 패션 본고장 유럽에서 한국 명품으로 인정받고 싶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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