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신설한다고 꼬인 일의 실타래가 풀리는 게 아니다. 정통부가 사라진 것도, 정통부의 업무를 이어받은 지경부가 지식서비스산업이나 정보통신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정책이 제조업ㆍ유통업 중심이라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미래창조과학부 설립이다. 과학기술을 키우기 위한 국가 개발연구(R&D) 전담부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논의도 들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의 개편 과정에서 ‘정보통신부 부활’을 이야기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정통부 부활론이 새삼스럽게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몇가지 의문이 있어서다.
우선 정통부가 왜 사라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만약 계획대로 정통부를 재신설한다면 어떤 목표와 예산으로 운영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정통부를 새로 만들면 획기적으로 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정통부 사라진 이유 분석해야…
답을 해 보겠다. 정통부가 없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활성화(소비) 측면에서만 성공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평가하는 세계 전자정부 순위에 2년 연속 1위를 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정작 정보통신산업은 성장하지 못했다. 순위는 올라갔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또 정통부는 1990년대 말부터 정보통신진흥 명목으로 기금을 징수했다. 매년 통신사업자로부터 수조원의 기금을 거둬들였다. 배경도 탄탄했다. 우정사업본부라는 거대한 조직을 믿고 안일하게 국정을 운영해왔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통부가 도마에 올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까진 정통부가 사라진 표면적 이유다.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소프트웨어 수출 실적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정통부를 재신설해도 알찬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정보통신산업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지식경제부의 사례를 보자. 지경부의 그동안의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지난 4년 동안 지식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어떻게 끌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과거 정통부가 진행하던 정보통신정책과 다른 무언가를 추진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부처를 새롭게 만든다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정통부가 사라진 것도, 정통부의 업무를 이어받은 지경부가 지식서비스산업이나 정보통신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정책이 제조업ㆍ유통업 중심이라서다. 과거에는 이런 정책과 논리가 시대적으로 옳았다. 오랫동안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올바른 정책으로 지식산업 의미 살려야

하지만 언제까지 제조업ㆍ유통업에 목을 맬 것인가. 중국은 세계 2차산업 대부분을 접수하고 있다. 성장속도도 빠르다. 우리는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이런 흐름이라면 허수에 불과하다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마저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걱정된다.
ICT 분야 중에서 소프트웨어와 컨설팅은 지식산업의 꽃이다. 지식산업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속성과 미래 정책방향을 올바로 펼쳐야 한다. 이런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면 부처를 신설하든, 기존 부처에서 관리하든 중요하지 않다. 공무원들에게 또 다른 밥그릇을 줘서 무엇 하겠는가. 애먼 국민만 세금을 낭비하지 않겠는가. 부처 신설보다 중요한 건 정책수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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