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형 태양전지 상용화 눈앞

2030년 1월. 이번 겨울도 유난히 춥다. 절정을 맞은 지구온난화 탓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얇은 외투 하나만 걸치고 거리를 활보한다. 두툼한 패딩과 목도리로 온몸을 감싼 사람이 없다. 햇빛만 받으면 자체 발열되는 옷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눈 때문에 미끄러질 일도 없다. 신발 밑바닥에 열선이 깔려 있어서다. 별도의 전기가 공급되는 것도 아니다. 태양만 있으면 열선에 전기가 흐른다. 획기적으로 발전한 태양전지가 바꿔놓은 미래도시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며 비웃을지 모르겠다. 딱딱한 태양전지를 어떻게 옷에 넣고, 신발에 까느냐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옷이나 신발에 넣고 도로에 깔 수 있는 플렉시블(flexible) 태양전지의 상용화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지환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기계공학과)과 김동립 한양대 교수(기계공학부)가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말 스티커형 태양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티커형 태양전지는 플렉시블 기술력이 접목된 것이다. 스티커형 태양전지가 상용화되면 특정물건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나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다.
스티커형 태양전지를 만들려면 휘는 성질을 가진 기판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재가 열에 약해 태양전지에 사용하지 못했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니켈이 물속에 있으면 분해되는 성질을 이용해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실리콘 웨이퍼 기판에 얇은 니켈막을 입혔다가 물에 넣으면 니켈이 분리되면서 태양전지 회로만 얇게 분리할 수 있다.
김동립 교수는 “별도의 설비를 만들 필요 없이 기존 반도체 제조공정을 이용하면 스티커형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상용화가 앞당겨졌다”며 “특히 불산 같은 화학물질을 쓰지 않고 물속에만 담그면 돼 안전하고 처리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싼 유리 위에 박막 태양전지를 입히면 가격이 올라간다”며 “가볍고 싼 고무 같은 소재를 이용해 가격경쟁력은 높이고 경량화까지 이룰 수 있어 항공우주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숙제는 많다. 전문가들은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광전변환효율을 14%까지는 끌어올려야 하고, 가격은 더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옷이나 신발 등에 태양전지를 붙일 경우 발생하는 전자파를 차단하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태양전지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태양전지 전문가는 “미국 정부는 태양전지 사업에 관심을 갖고 처음부터 기업과 손잡고 연구진을 지원했다”며 “그에 비하면 한국 정부와 기업은 부족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2008년 미국 나노솔라사가 필름형 태양전지 ‘파워시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엔 미국 에너지국(DOE)과 구글 주주들이 있었다. 이들은 나노솔라사에 2000만 달러(약 185억원)의 R&D 비용을 지원했다.
그는 특히 “국내 기업은 너무 경제성만 고려한다”면서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려면 개발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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