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정희숙(44 ·가명)씨는 가계부를 펼칠 때마다 한숨부터 내쉰다. 4인 가족의 안방살림을 맡고 있는 정씨가 이번달 지출한 식비가 9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배추와 무뿐만 아니라 대파 ·마늘 등 양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김장비용이 예상을 훨씬 초과한 데 이어 과일값마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수입이 줄어든데다 하반기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식품 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 걱정만 앞선다. 정씨는 “차기 대통령이 다뤄야 할 문제가 많겠지만 무엇보다 물가안정에 힘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07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5년간 소비자물가는 16.7% 상승했다. 연평균 3.3%에 달한다. 특히 서민 체감도가 높은 농축수산물 가격은 30%가 넘게 올랐다. 대통령이 부임 초기부터 물가안정을 정책 최우선에 뒀지만 물가관리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는 얘기다.
특히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품목을 따로 뽑아 만든 ‘MB물가지수’의 52개 특별관리 품목의 상승률은 60%에 달했다. 2007년 말과 올해 9월을 비교한 결과 고추장은 이 기간 74.4% 올랐고, 사과(74.3%) ·배추(65.5%) ·마늘(61.5%) ·설탕(57.2%) ·양파(56.3%)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말까지 가계 실질소득이 평균 1.1% 상승에 그쳤다는 것과 비교하면 서민의 살림이 얼마나 팍팍했었는지 알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선거 유세 당시 “서민물가를 점검하는 등 민생을 최우선적으로 챙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떻게 서민물가를 잡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경제민주화 혹은 복지정책의 뒷전에 밀려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찍어 누르기’로 가격 인상을 자제하던 식품업체들이 임기 말을 틈타 줄줄이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CJ제일제당 ·풀무원 ·종가집 등은 최근 일제히 두부와 콩나물 등의 가격을 8~10% 올리기로 소매점과 협의 중에 있다. 이외에도 서민과 가장 밀접한 소주와 밀가루, 쌀 등의 가격도 인상을 앞두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가 대통령 부임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서민 물가 안정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당선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당장 눈앞에 산적한 문제가 태산이다. 서민 물가안정은 가장 시급한 안건이다. MB정부와 달리 박근혜 당선인은 서민이 웃으며 장을 볼 수 있는 5년을 만들 수 있을까. 아직 지켜봐야 한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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