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국무총리 주목받는 이유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 후보로 ‘탕평 인사’가 검토되고 있다. 호남 출신의 진념 전 경제부총리, 박준영 전남도지사, 고건 전 총리 등이다. 동시에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개혁 ‘제왕적 대통령 권한 분산’의 일환으로 총리의 권한이 강화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MB정부의 세 번째 총리인 김 총리는 2010년 10월 취임했다.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법조인 출신답계 김 총리의 역할은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공정한 사회 구현’으로 요약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사회라는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을 위해 김 총리를 기용했다. 실제로 김 총리는 취임 당시 “총리로서 다른 어떤 일보다도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권한 축소… 의전용, 방패용 총리

하지만 총리의 권한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MB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경제•사회•문화•외교•안보에 이르기까지 국정의 모든 분야에 걸쳐 행정 각부를 총괄해야 할 총리가 한 분야에만 치우치는 것도 이런 현상의 일부분이다. 김황식 총리가 사회 안정, 정의 실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총리의 권한 축소는 총리실의 국무조정 기능이 청와대로 이전됐기 때문이다. MB정부 출범 후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의 통합으로 총리실의 정책조정기능이 축소됐고, 청와대로의 ‘업무 편중’이 심화됐다. 사실 대통령중심제인 대한민국에서 총리의 위치는 다소 어정쩡하다. 헌법상 국무총리의 실권은 막강하지만 추천자인 대통령의 위세에 눌리는 모습이다.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이른바 ‘의전용’ 총리, 대통령의 ‘방패용’ 총리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MB정부의 첫 번째 총리인 한승수 총리(2008년 2월 취임)는 2009년 9월 쇠고기 협상 파문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광우병 논란이 일자 한 총리가 대통령의 방패로 나선 것이다. 주어진 권한에 비해 뒤따르는 책임이 상대적으로 크다. 당시 ‘권한과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는데 무슨 책임이냐’며 한 총리에 대한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MB정부의 두 번째 총리인 정운찬 총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2009년 9월 한승수 총리에 이어 2대 총리로 지명된 정 총리는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안을 추진했다. 일각에선 ‘세종시 수정을 위해 한 총리를 기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정 총리는 세종시에 올인했다. 다른 분야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이후 세종시 수정 논란이 일자 정 총리는 2010년 8월 사퇴했다. 한 분야에만 집중했고,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책임을 지고 옷을 벗는 모습을 보였다.

책임총리제의 전환은 강력한 권한이 집중돼 있는 대통령중심제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총리의 권한과 위상을 강화해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국정운영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헌법상의 국무위원 인사제청•해임건의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국무총리실의 부처 간 업무 통합 조정 기능(정책조정 및 주도)을 대폭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총리의 권한 강화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이 내건 공약을 추진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을지는 알 수 없다”며 “권력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 출신의 총리 기용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박 당선인이 탕평(당파간의 정치세력에 균형을 꾀하는 정책)과 대통합 차원에서 호남인사를 총리로 발탁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후보 시절 박 당선인 역시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며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황이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박준영 전남도지사, 고건 전 총리 등이 유력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진념 전 부총리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박 당선인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된 바 있다. 진 전 부총리는 기획예산처 장관, 기획예산위원장, 노동부 장관, 동력자원부 장관 등 3대 정권에서 다섯 번의 장관과 한 번의 부총리를 역임했다. 때문에 대통합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고건 전 총리 역시 세 번의 장관, 두 번의 서울시장과 국무총리 등 다양한 국정운영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고 전 총리는 과거 행정형, 관리형 총리로 평가받으며 책임총리제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를 지냈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고 전 총리는 당분간 현실 정치에 발을 들여 놓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는 해석이다.
총리 권한 강화로 대통령 권한 분산

호남인사 외에도 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도 있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브레인’으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이끌었다.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서강대 경제학과교수, 4선 국회의원,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박 당선인은 12월 안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내년 1월 중순까지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계획이다. 누가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에 오를까. 박 당선인의 대통합 약속이 지켜질지는 여기서 가늠할 수 있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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