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당선인은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처음으로 호남에서 ‘득표율 10%’를 돌파했다. 대선 때면 민주통합당에 몰표를 주던 호남 민심이 조금은 변했다는 이야기다. 박 당선인에겐 기쁜 소식이지만 더 큰 짐을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들라’는 준엄한 명령이기 때문이다.
호남은 선거 때마다 결집했다. 언제나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1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호남이 차별을 받아왔다는 애환이 선거에 녹아들었다. 이번엔 달랐다. 박근혜 당선인은 ‘마의 선’이라던 득표율 10%를 넘어섰다.
새누리당이 그토록 고대했던 호남지역에서의 ‘두 자릿수’ 득표율 획득에 성공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로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처음으로 호남에서 득표율 10%를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특히 이번 대선에 호남 유권자가 상당히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투표율이 낮았다면 득표율 10%의 의미가 평가절하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2월 20일 18대 대통령선거 개표 결과 박 후보는 호남지역에서 유효투표 321만1759표 가운데 33만6185표(10.5%)를 얻었다. 지역별로는 광주 7.8%(6만9574표)를 얻은 것을 제외하고 전남 10.0%(11만6296표), 전북 13.2%(15만315표)로 10%대를 돌파했다.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이전 보수정당을 통틀어 25년만에 처음이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대세론에 힘입어 두 자릿수 득표 획득이 예견됐지만 광주 8.6%, 전남 9.2%, 전북 9.0%에 그쳤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역시 15대 대선에서 광주 1.7%, 전남 3.2%, 전북 4.5%, 16대 대선 광주 3.6%, 전남 4.6%, 전북 6.2% 득표에 머물렀다.
14대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 역시 광주 2.1%, 전남 4.2%, 전북 5.7%에 그쳤고 13대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도 평균 9.6%를 얻어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결과는 박 당선인이 지역균형발전과 대탕평 인사를 내세우며 이른바 ‘서진西進 전략’을 꾸준히 펼쳐온 결과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호남지역에서의 새누리당 거부감을 엷어지게 하면서 일정 부분 표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50여 일간 광주에 머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호남의 바닥민심을 훑으며 지역민과 교감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호남민심이 언제까지 박 당선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 국민은 투표로 정치적 책임을 다하고, 그 책임을 정치인에게 묻는다. 호남인이 보낸 기대가 물거품이 되면 강한 저항이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후보를 뽑을 걸 그랬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박 당선인이 세운 ‘호남 득표율 10%’ 기록은 의미가 깎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전남도당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는 역사적인 날이다”며 “더 이상 호남에 예산과 인사상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기현 기자·배상현 뉴시스 기자 lkh@thes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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