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해 지갑 여는 버핏 같은 사람 없다
서민 위해 지갑 여는 버핏 같은 사람 없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23
  • 승인 2012.12.17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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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파트4] 韓•美 부자증세 논란 차이점

▲ 국내 경제단체장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증세 반대론을 분명하게 밝혔다. 고소득층의 낮은 소득세율을 비판하며 증세를 주장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태도와 대조적이다.
정부곳간을 채우기 위해선 세입을 늘리거나 세출을 줄여야 한다. 문제는 세입증가, 세출감소 모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세출예산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세입을 늘리는 거다. ‘자본주의 천국’ 미국에선 워런 버핏이 부자증세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한국엔 이런 사람이 없다.

2011년부터 시작된 ‘버핏세’가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를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미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로 비롯된 세계 경기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지출을 늘리고 일시적으로 세금을 줄였다. 하지만 후유증이 컸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로 지난해 6월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건국 이래 최초로 채무불이행 상황까지 몰렸다.

당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부하직원의 세율이 자신의 세율보다 높다”며 “미국은 부자 챙기기를 그만하고 부자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텅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선 세금을 늘려야 하는데, 부자가 그 몫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8월 버핏의 지원을 받아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초고소득층의 세율을 중산층 수준으로 올리는 최저세율 방안을 내놨다.

미국 부유층은 버핏과 오바마의 주장에 즉각 반대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증세는 곧 사회주의”라며 “증세 대신 복지재정을 감축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티파티(Tea Party•미국 내 강경 보수주의 세력으로 증세 반대운동 진행)에 속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없이 내놨다. 오바마의 부자증세는 실현되지 못했고 재정위기는 가속화됐다. 미국이 재정절벽 위기에 몰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세를 둘러싼 갈등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걸고 복지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부자증세 시행에 대해선 대립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TV토론에서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와 경제민주화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증세 의지가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는 “복지를 하려면 부자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소득자의 소득세와 대기업 법인세를 높이는 게 골자다.

 
하지만 증세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고소득층과 보수세력은 지금도 세율이 높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감세정책의 혜택이 서민에게도 돌아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선대인경제연구소가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한 보고서를 보면 참여정부 당시 세금 증가율은 소득 상위 20%가 63.7%포인트, 하위 20%가 7.2%포인트였다. 반면 MB정부에선 각각 13.2%포인트, 43.5%포인트였다. MB의 감세정책은 고소득층에 혜택을 줬다는 얘기다.

고소득층과 보수세력이 엄살을 피울 만큼 우리나라의 세율은 높을까.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35%)은 대외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5.8%)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방세 등 부가적으로 붙는 세율을 합치면 38.5%로 OECD 평균(41.7%)보다 낮다.

통계에 따르면 부자증세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MB정부 때 법인세 감면 수혜를 톡톡히 맛본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대기업의 파산을 막아준 방파제는 국민의 혈세로 모은 공적자금이었다. 하지만 국내 경제단체장들은 부자증세 이야기만 나오면 치를 떤다. 유력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증세 반대론을 고집할 뿐이다. 한국에도 버핏 같은 기업인이 필요할지 모른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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