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21개월 째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줄어들고 있어 금융당국은 낙관적인 전망만을 내놓고 있다.

12월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의 가계신용은 93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5.6% 늘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과 카드ㆍ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를 합친 액수다.

가계부채 증가율만 놓고 보면 3분기 기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08년 전년 동기 대비 10~11%씩 증가하던 분기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0~2011년 8~9%로 낮아진데 이어 올해는 1분기 7.0%, 2분기 5.8%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할 경우, 가계신용 증가율이 올해 4% 중반 수준까지 떨어져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줄곧 경제 성장률을 웃돌고 있어서다. 올 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5.6%)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4%)의 두 배가 넘는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1년 1분기(1∼3월)부터 현재까지 7개 분기 연속으로 명목 GDP성장률을 1.7∼4.2%포인트 웃돌았다. 경제 규모의 성장 속도보다 부채가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의 질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가계대출이 제2금융권을 통한 저신용자의 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10월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8월과 같은 1.01%로 2006년 10월(1.07%)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은행권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저신용자 들에 대한 대출이 많이 까다로워 졌다”며 “이들은 제2금융권 내지 사금융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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