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자는 “기업에서 웬 군기까지 들먹이는가”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맞다. 과거에는 오히려 응원만으로도 조직가동과 성과관리가 충분했다. 피라미드식으로 구성된 조직에서는 상사가 “아자 아자! 파이팅!”하며 격려하고 줄맞춰 따라 하라고 시킨 다음 시행여부만 체크해도 굴러간다. 앞으로 나란히 줄만 따라가도 대세에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각개전투해야 하는 사회에서 앞사람만 졸래졸래 따라 일했다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건 시간문제다. 조직구조가 수평화되고 팀제가 도입되면서 오히려 부하에 대한 상사의 영향력과 책임은 예전보다 더 커졌다. 오늘날 수평적 조직사회에서는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가 필요해졌다.
‘개인 브랜드’ 시대에 필요한 것은 ‘먹이’가 아니라 ‘사냥하는 법’이다. 온실에 모셔놓고 먹이나 나르지 말고, 거친 사막과 광야에 던져 놓아서라도 생존법을 전수해야 한다. 부하를 ‘애완동물’을 넘어 생존력 ·투쟁심을 가진 ‘맹수’로 키우는 것, 이것이 무너진 평생직장 시대에 고령화까지 맞닥뜨린 부하에게 상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인센티브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하의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성공 경험을 통해 ‘이기는 프로세스’를 몸에 익히도록 성장시켜야 한다.
부하를 위해서라도 특히 필요한 것은 자기 밥값 ·이름값 이상을 하게 하는 담금질이다. 성과를 내는 선도적 리더들은 직원들을 이렇게 몰아붙인다. “내가 바짓가랑이 붙잡으며 제발 있어달라고 애원하는 직원으로 성장하게. 자네가 나를 나쁜 상사로 생각한다면 성공해서 복수하고, 좋은 상사로 생각한다면 보은하기 위해 성공하게. 이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 콧대 높은 전문가가 되게나.”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 테레사 애머빌레와 스티븐 크레이머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을 가장 동기부여하게 만드는 요소는 ‘업무진전’이었다. 이들 연구진은 관리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목적은 인정 ·인센티브 ·대인관계 관련 지원, 업무진전 지원, 명확한 목표 등 5개 요인이 직원의 동기 및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조사결과 응답자들이 자발적으로 일에 몰입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업무에 진전이 있다고 느낄 때’였다. 놀라운 것은 상사들의 현실인식이다. 부하들이 상사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업무에 진전이 되는 실질적 지원인 데 반해, 대부분의 상사는 부하들에게 업무진전이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상사 ‘말발’이 젊은 사원에게 먹히지 않는 시대에 이런 강도 높은 훈련과 직설적 피드백이 먹힐까. 걱정하지 마시라. 비행기도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지만 정해진 항로를 따라 움직인다. 군기가 엉망인 조직은 자율성은 고사하고 존속도 기대하기 어렵다.
부하들이 두려워하거나 반발하는 것은 개념 없는 상사의 닦달이지, 자신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강한 훈육 자체가 아니다. 칭찬하고도 욕먹는 상사가 있고, 모진 소리 퍼부어도 존경받는 상사가 있다. 문제는 부하를 위하느냐는 진정성 여부다. 부하직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상사는 친절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리더가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 육성해주는 이다. 이런 사람이 강한 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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