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비타민 음료 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는가. 이온음료 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는가. 유산균 음료는 어떤가. 제품의 범주(category)를 제시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물을 경우,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 시장에서 먼저 들어간 선도 브랜드를 기억한다. 말 그대로 선도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해 최초로 시장에 들어간 브랜드를 의미한다.
잭 트라우트와 알리스(Jack Trout & Alice)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최초로 시장에 들어간 제품이 그 제품 범주의 소비자 인식 모두를 독점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선도자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브랜드는 소비자 마음속에 강하게 구축돼 있는 고정관념과 믿음의 체계다. 때문에 최초로 각인된 브랜드의 경쟁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남자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사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승자가 없듯 선도자도 차별적인 무기를 가진 후발 주자들로 인해 경쟁 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 우리 어머니 세대의 조미료 대명사였던 미원의 명맥조차 찾기 힘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선도자는 후발주자가 들어오기 전까지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지위에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가만히 손을 놓고 있다가 후발주자가 들어와 시장을 잠식해 갈 때쯤 정신을 차리면 이미 늦다.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필름 카메라 시장에 안주해 선도자 지위를 잃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선도자가 시장에서 구축한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첫째, 자기부정에 따른 자기혁신이다. 선도자는 현재 시장에 위협적인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선도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자기 브랜드를 스스로 경쟁자로 삼아야 한다. 자기 브랜드의 부정을 통한 자기혁신은 선도자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다.
피로회복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고 있던 선도자인 박카스가 후발주자인 비타500에 시장의 절반을 내준 사실을 보라. 자기 혁신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선도자의 자기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도자가 후발주자와 싸워 이기는 또 다른 전략은 범주화다. 정수기 A브랜드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때 후발주자가 ‘참숯 필터’를 무기로 시장에 들어왔다. 선도자인 A브랜드는 ‘대나무 숯 필터’를 가지고 후발 주자에 대응했다. 시장의 반응은 어떻게 됐을까. 참숯 필터와 대나무 숯 필터가 분명히 다름에도 소비자는 참숯필터를 A브랜드의 제품으로 오인했다. 이것은 후발주자의 주요 특징이 선도자의 것으로 수렴되면서 범주화됐음을 의미한다.
소비자 행동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오래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는 것을 싫어한다. 비슷한 것들은 묶어 버리는 사고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후발주자와 선도자의 브랜드는 머릿속에 하나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두 브랜드가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엉킨다면 이미 알고 있는 브랜드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선도자로선 후발주자 제품과 유사한 특징을 갖는 브랜드를 시장에 출시해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후발주자가 차별화한 특징까지도 선도자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서다.

임왕섭 브랜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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