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가 두 차례나 연기됐다.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의 잘못인지 제대로 된 규명도, 해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대로 가고 있는가. 나로호 3차 발사는 과연 성공할까. 최근 한국항공우주학회 26대 회장으로 선출된 조진수(56) 한양대 교수를 만나,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가야할 길을 물었다.

-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미국•프랑스•영국•독일•캐나다•중국•일본 등을 항공우주선진국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4위다. 주력분야는 군용기•부품이다. 매출은 24억 달러 규모다. 미국의 100분의 1, 일본의 10분의 1 정도다.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아직 멀었다.”
- 항공우주산업은 크게 위성과 발사체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발사체 기술력은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지 않나.
“올 5월 일본의 발사체로 아리랑 3호를 쏘아 올렸다. 발사체를 만들지 못하는 우리가 값 싸게 발사체를 사와서 위성을 발사한 것은 잘한 일이다. 국내 위성 기술은 어느 정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발사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나로호는 한국항공주우산업의 시작점과 같다.”
- 2009년 1차, 2010년 2차 두 번의 실패를 겪은 나로호가 3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성공할 것 같나.
“성공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한다. 사실 1•2차 실패 이후 쓴소리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있다. 과거 실패를 경험으로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 한다.”
- 두 번의 실패, 원인은 무엇인가.
“항공기는 부품수가 20만개에 달한다. 그런데 우주선은 100만개 단위다. 이 모든 부품이 연결돼 있다.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발사는 성공할 수 없다. 1•2차 발사 당시 그 잘못이 러시아에 있든, 한국에 있든 간에 이런 기술적인 차원에서 발생했다. 지금은 물론 수정•보완됐고 발사준비가 완료됐다. 이번 3차 발사는 너무 조급하게 진행하지 않았으면 한다.”

“2004년 당시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상황이 그랬다. 진행은 해야 하는데, 발사체 기술은 없고 러시아만이 발사체를 제공한다고 나섰다. 미국과 체결을 준비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발사체 등 항공우주산업은 국방과 직결돼 있는 탓에 선진국이 기술 이전을 꺼리고 있다. 또 러시아와의 기술보호협정으로 러시아가 제공하는 발사체 1단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이 일체 불가능하다.”
발사체 사업부문 셋방살이 “독립 필요”
- 나로호 두 번의 실패, 얻은 것은 무엇인가.
“나로호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러시아 등 선진국에서 발사체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주도형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우주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2021년까지 ‘한국형 발사체’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호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지 못한 게 아쉽다. 러시아 연구진과 같이 일할 때 발사체를 개발했어야 더 많은 것을 보고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렇다. 항공우주산업을 총괄하는 독립기관이 필요하다. 항공우주청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여기서 국가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기술개발•인력양성•예산확정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우주사업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항공사업은 지식경제부에서 예산이 할당되고, 관리된다. 하지만 항공과 우주사업은 연결된 사업으로 봐야 한다. 미국연방항공청(FAA)처럼 전체그림을 그릴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
- 교과부는 지난해 5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있는 발사체 사업부문을 2021년 분리한다고 발표했는데.
“항우연이 항공우주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발사체 부분만 분리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발사체부분은 예산만 독립돼 있다. 쉽게 말하면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발사체 개발이 잘 되면 (발사체)사업단이 후광을 받을 것이고, 잘못되면 관리하는 항우연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것이다. 서로 어색하고 불만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항우연은 항우연대로 전체 프로그램을 맡고, 발사체사업단은 발사체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교과부가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단순 예산 분리가 아닌 진정한 분리를 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해야 한다.”
- 항공우주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산업계 참여도 늘려야 하지 않겠는가.
“항공우주산업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산학협동과 정부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교육기관에선 연구인력 양성하고, 부품제조, 연구•개발 능력이 있는 기업들 역시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발사체 사업은 소량 다품종이다. 업체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다. 또 외부수출도 없다. 정부에서 기업이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직은 정부가 이끌고 갈 부분이 크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기업의 참여도가 계속해서 낮을 수밖에 없다.”
- 우주인 양성도 추진해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논란은 집고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우주인은 우주조종사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미래 유인우주선 조종사를 양성을 하는 것이다. 이소연씨는 대기권 밖으로 나간 최초의 한국인이지 우주인과는 거리가 있다. 우주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을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전남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의 발사대는 나로호를 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나로호는 100㎏의 과학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작은 실험용 로켓이다. 앞으론 최소한 500㎏~1t 정도 이상의 위성은 발사할 수 있어야 한다. ‘확장, 부분 변경해서 쓰면 되지’라고 일반인이 생각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활용도는 굉장히 높다.”
나로호, 한국형 발사체 개발 동시에 진행했어야
-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항공우주 지원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중앙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겹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각 지자체가 운영센터나 협회 등을 만들어 항공우주사업을 추진하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 대한항공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부산시는 대규모 항공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진주•사천을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경쟁구도는 좋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독이 될 수 있다. 또 중앙부처에 관리하는 협회와 지자체에서 제각각 사업을 진행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기 때문에 분산보다는 집중하는 것이 좋다.”
Issue in Issue Who is 조진수 …
조진수 교수는 10월 12일 한국항공우주학회 제26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다. 조 교수는 “앞으로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조 교수는 4000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학회 회원을 중심으로 산업계•학계•연구소의 협조체제 강화와 정부지원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조 교수는 서울대 항공공학과에서 석사를,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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