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금융 지원 결정이 미뤄진 그리스가 40억 유로 규모의 국채(T-bill) 발행에 성공해 발등에 떨어진 불을 껐다. 국채 발행으로 확보한 현금은 11월 16일 만기가 도래하는 50억 유로 규모의 외채를 상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데 사용된다.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 등 현지 언론은 11월 13일(현지시간) 그리스 채권관리청이 1~3개월 만기인 40억6000만 유로 규모의 국채 입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발행한 국채의 수익률은 1개월짜리가 3.95%, 3개월짜리는 4.2%로 지난달에 비해 0.04% 포인트 하락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1월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그리스 국가 부채 감축 방식에 합의하지 못했다. IMF는 오는 2020년까지 그리스가 공공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120%로 줄여야 한다며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EU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채무 감축 시한을 2022년으로 2년 추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의 채권단인 EU 집행위원으로선 감축 시한을 늘려야 손실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의 채무감축 시한을 오는 2020년으로 설정하는 것은 무리한 계획”이라며 “그리스의 채무감축 시한에 대해 최근 몇 주간 채권국들이 논의한 결과 대다수 국가가 우리와 뜻을 같이했다”고 못 박았다.
또 IMF는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유로존이 그리스의 채무 일부를 탕감하고 변제 기한도 늘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독일 등 일부 유로존 국가들은 채무탕감이 불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간 그리스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더 이상 그리스의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 9월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표심을 잡아야 하는 메르켈 총리로선 그리스의 채무를 경감시키는 데 세금을 쏟아 붓기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독일 하원에게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는 대신 더 이상의 원조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1월 20일 특별회의를 열어 그리스 구제금융 논의를 이어간다. 만약 이번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는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하용 기자·이수지 뉴시스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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