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경영 | 공손홍公孫弘 인생역전 ①
중국 전한前漢시대에 한 남자가 있었다. 성姓은 ‘공손公孫’이고 이름은 ‘홍弘’이다. 그의 나이 갓 마흔이 조금 넘어서 일어난 일이다. 홍은 직장이 있었다. 제나라 치천국 설현薛縣의 옥리(獄吏•감옥에서 일하는 하급 관리)로 근무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직장에서 쫓겨난다. 사마천 「사기史記」에 따르면 홍의 면직 이유는 ‘죄를 지어서’라고 한다. 명예퇴직이 아니다. 자진퇴사 하는 권고사직으로 ‘불명예 퇴직’인 셈이다.
홍은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의 고향은 바닷가다. 홍은 생계를 위해 바닷가에서 돼지를 기르기 시작한다. 가난하니 어쩌겠는가.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아야지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자신을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자포자기’식의 선택은 하지 않았다. 오른손으로는 돼지 똥을 치우면서도, 왼손으로는 다시 책을 들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사기열전-평진후•주보열전」은 이렇게 적고 있다.
그는 젊을 때 설현의 옥리로 있었으나 죄를 지어 면직됐다. 그는 집안이 가난해 바닷가에서 돼지를 길렀다. 마흔이 넘어서야 「춘추」에 관한 여러 학설을 배웠다.
- 「사기열전2」 민음사
홍은 아무 꿈 없이 돼지만 키우지 않았다. 「춘추」라는 고전을 짬짬이 읽고 또 읽는 반복독서를 했다. 홍은 사•농•공•상의 ‘사士’에 속하는 신분이었음에도 체면과 격식에 매이지 않았고 배를 굶는 어리석은 짓도 하지 않았다. 마흔이 넘어서야 학문에 뜻을 두고자 한 것이 비록 남들보다 좀 늦었지만 말이다.
그렇다. 그는 늦은 나이에도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춘추」는 어떤 책인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읽힌다. 고서가 아닌 고전인 셈이다. 하물며 당시에는 그 인기가 얼마나 더 좋았으랴. 사대부에겐 필독서였다. 이 책을 끼고 돼지를 키우면서 공손홍은 그야말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았다.
그렇게 세월은 20여 년이 지났다. 강산이 두 번 변했다. 공손홍의 나이가 어느새 60세가 됐다. 이즈음에 설현을 중심으로 제나라 치천국에 퍼진 소문이 하나 있었다. ‘학문으로 이름을 날리는 명망가’로 ‘공손홍’이 널리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얘기다.
“나와 함께 나이 들자! 최고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인생의 후반, 그것을 위해 처음의 때가 마련되었나니(Grow old along with me! The best is yet to be, The last of life, for which the first was made).”
- 로버트 브라우닝(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처럼 공손홍에게도 인생 후반의 ‘때’가 오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심상훈 편집위원 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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