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반대론] 헤지펀드의 난, 어찌 막으리오
[상법 개정안 반대론] 헤지펀드의 난, 어찌 막으리오
  • 강서구 기자
  • 호수 422
  • 승인 2021.01.05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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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자본 활개칠 가능성
다중대표소송제 남발 우려
상법 개정안을 향한 재계의 우려는 한두가지가 아니다.[사진=뉴시스] 
상법 개정안을 향한 재계의 우려는 한두가지가 아니다.[사진=뉴시스] 

상법 개정안이 2020년 12월 29일 공포되면서 재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재계 안팎에선 벌써부터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이 쏟아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다중대표소송제가 소액주주를 보호하기보단 외국계 자본이 활개를 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늘어난 소송에 시달리다 기업 경영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상업 개정안 반대론을 냉정하게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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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재계는 상법 개정안 논의 소식에 술렁였다. 정치권에서 추진한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 기업 경영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몇몇 기업 CEO들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 죽이기’만 초래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재계는 급하게 움직였다. 2020년 7월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6개 경제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코스닥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모여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꼬집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9월에는 공동성명을 통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활동을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법안 통과 시 경영권 위협은 물론 투자일자리 창출 자금을 불필요한 지분 매입에 사용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가 한목소리를 낸 건 2018년 7월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 이후 처음이다. 상법 개정안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계는 이후에도 공동 입장을 발표하는 등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입법을 막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재계의 노력에도 2020년 12월 9일 국회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내용이 조금 완화된 건 재계로선 그나마 다행이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적용하기로 했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3% 합산 규정은 개별 3%로 변경했다. 모회사의 주주가 피해를 입힌 자회사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제의 지분 보유 기준도 0.01%에서 0.5%로 상향했다. 정치권은 코로나19라는 상황과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계의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주주 재산권 침해 =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개별 3.0%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쉽게 풀어보자. A라는 상장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의 지분율은 최대주주특수관계인 50.0%(최대주주 20.0%+특수관계인 6명의 지분 각각 5.0%), 헤지펀드의 지분 30.0%, 소액주주 20.0%다. 

이 경우 감사위원 선임 시 적용되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21%(최대주주 3.0%+특수관계인 각각 3.0%)다. 50%의 주식을 보유하고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은 1주 1의결권의 원칙에 따라 정해지는데 상법 개정안은 이를 무력화한다”며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 문턱 넘은 상법 개정안

더 큰 문제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대주주보다 적은 주식을 갖고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앞서 사례로 든 기업의 경우 헤지펀드가 가진 30.0%의 지분을 10개로 쪼개면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주주의 의결권도 개별 3.0%까지 행사할 수 있어서다. 헤지펀드의 지분율은 대주주보다 20.0% 적지만 감사위원 선임이 미치는 영향력은 되레 9%포인트(헤지펀드 30.0%-대주주 21.0%) 높다는 얘기다. 이는 재계가 제기하는 두번째 우려로 연결된다. 

재벌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사진=뉴시스] 

■헤지펀드 경영권 공격 = 재계는 3%룰을 악용한 외국계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흔들어 단기차익을 노리는 ‘먹튀’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불어 경쟁사가 감사위원을 통해 기업 이사회에 진입해 기업 기밀 등 중요 정보를 빼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감사위원이 기업의 영업에 관한 사항과 경영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기업가치보다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높은 중견중소기업이 외국계 자본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대기업은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공격을 받아도 국내 기관투자자가 우군의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기관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중소중견기업은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2021년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법안의 시행시기를 최소 1년 이상 미뤄달라고 요청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해야 하는 기업은 510개다. 이 가운데 75%를 차지하는 383개가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의 기업이다. 물론 재계의 우려가 과하다는 반박도 있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감사위원의 권한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며 “외부에서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되더라도 감사위원회의 구성원이 3인 이상이라는 걸 감안하면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밀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이는 기업의 내부통제에 달린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중대표소송제 남발 =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으로 늘어난 소송에 대응하느라 기업 경영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로 꼽힌다. 상법 개정으로 모회사의 1%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주식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0.5% 지분을 갖고 있을 때는 6개월이 지나면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상장사 주식 1%를 하루만 갖고 있으면 기업에 주주제안, 다중대표소송, 이사감사의 해임청구권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소액주주를 보호하겠다던 상법 개정안이 외국계 자본이 활개를 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상장사의 주식을 1~3%가량 보유한 헤지펀드라면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물론 이를 두고 극단적인 상황만 가정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주주가 다중대표소송에서 이겨도 직접적으로 얻어가는 이익은 없다. 소송에서 패배한 자회사 경영진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액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아닌 자회사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재계의 말처럼 과거에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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