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배달앱 리뷰에 끙끙” 음식점 사장님의 이중고
“못된 배달앱 리뷰에 끙끙” 음식점 사장님의 이중고
  • 심지영 기자
  • 호수 421
  • 승인 2020.12.31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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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리뷰에 울고 웃는 자영업자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고르는가. 대개 별점이 높거나 ‘맛있다’는 리뷰가 많은 업체에서 주문할 것이다.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앱 내 리뷰와 별점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온라인상에선 리뷰를 통해 ‘거를’ 업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방법이 공유된다. 그 틈새에선 블랙컨슈머의 악성 리뷰와 마케팅 업체들의 허위 리뷰도 난무한다. 이렇다 보니 리뷰 하나에 울고 웃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배달앱 리뷰에 울고 웃는 자영업자의 사정을 취재했다. 

배달앱 리뷰 관리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앱 리뷰 관리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랜차이즈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에도 한참 배달을 하지 않았지만 홀 영업이 어려워지자 두달 전 배달을 시작했다. 배달앱에 입점한 후로 A씨에겐 수시로 배달앱의 리뷰와 별점(평점)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쌓인 리뷰가 적은 만큼 비판적인 리뷰가 달리면 주문 건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한건이라도 낮은 별점이 매겨지면 전체 평점이 깎이는 탓이었다. A씨는 “소비자 불만에 일일이 대응하고 환불해 줬는데도 5점(만점)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다시 회복하려면 몇개의 만점 리뷰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초조해했다.

이는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배달앱 내 리뷰가 ‘주문할 만한’ 업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면서 수많은 업주들이 리뷰 관리에 공들이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배달 음식점 거르는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예컨대 “별점을 낮게 준 리뷰를 봐야 업체의 문제점을 안다” “리뷰 이벤트를 과하게 하는 곳은 음식이 맛없을 가능성이 높다” “사장님이 꾸준히 댓글을 다는지 확인해야 한다” “리뷰를 남긴 사람의 이력까지 봐야 허위인지 아닌지 안다” 등 리뷰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주들이 리뷰 관리에 애를 쓰는 건 당연하다. 블랙컨슈머가 쓴 악성 리뷰가 올라와도 맞대응하기보단 사과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대표 배달앱 3사에 모두 입점해있다. 그는 “별점과 리뷰 때문에 육체적·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제일 당황스러운 건 ‘미식가’형 리뷰다. 맛은 주관적인 기준이지 않나. ‘어묵이 비리다’며 1~2점대 별점을 매기는데 대응할 방법이 없다. 무례한 리뷰가 올라와도 댓글은 최대한 친절하게 쓴다. 같이 화를 내보기도 했는데, 결국 가게 이미지만 나빠졌다.”

리뷰나 별점이 일정 기간만 노출되는 시스템도 업주들을 애태우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배달의민족은 소비자에게 최근 6개월 치 리뷰만 공개하고, 쿠팡이츠는 12주 단위로 별점을 갱신한다.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별점이 낮은 매장은 점수를 올릴 기회를 얻지만, 꾸준한 관리로 높은 점수를 유지한 매장은 ‘언제든 별점이 바뀔 수 있다’는 부담에 시달린다. 

리뷰의 중요성이 커지자 ‘리뷰 마케팅’ 업체들도 판친다. 1건당 5000원에 리뷰를 써준다거나, 월정액으로 결제하면 리뷰를 관리해 준다는 식이다. 배달앱이 허위 리뷰를 강하게 제재하는 걸 알면서도 업주들은 유혹에 빠진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자체 집중 단속을 벌인 8~10월 무려 2만5000건의 허위 리뷰가 적발됐다. B씨는 “젊은 사장 중에 마케팅 업체를 통해 리뷰를 관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며 “하다하다 마케팅 업체까지 달려드니, 소상공인이 ‘봉인가’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악성 리뷰에 허위 리뷰까지 쏟아지자 배달앱도 대응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7월 리뷰 관리 시스템을 대폭 개선했다. 한번 리뷰를 삭제한 소비자는 같은 건으로 리뷰를 다시 쓸 수 없다. 음식과 상관없는 명예훼손성 리뷰는 업주가 게시 중단을 요청하면 30일 동안 블라인드 처리된다.

악성 리뷰 잡을 수 있을까

그사이 업주와 소비자가 합의를 하면 리뷰를 노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차단된다. 마케팅 업체들의 허위 리뷰를 잡기 위한 인공지능(AI) 검수도 강화했다. 지난 11월부터 리뷰 노출 전 자동으로 사전 검사가 진행된다. AI 시스템이 주문 이력·단어 등을 분석해 허위인지 아닌지 분석한다. 의심스러운 리뷰는 바로 등록되지 않고 24시간 이내로 검수 작업을 거친다.


요기요는 AI를 이용한 ‘클린리뷰’ 시스템을 도입했다. 딥러닝한 AI가 사진 리뷰의 진위를 판단한다. 요기요 측에 따르면 정확도는 96%대다. 텍스트 리뷰는 주문이력·작성률·평점이력 등 50여개의 기준에 따라 분석한다. 매장 업주가 허위 리뷰를 올리다 적발되면 페널티도 받는다. 첫번째는 경고, 두번째는 가맹 해지다. 쿠팡이츠도 비슷하다. AI가 반복적인 단어나 욕설 등 특정 단어를 인식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음식과 무관한 비방을 담은 리뷰도 모니터링을 거쳐 제재한다.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앱 내 리뷰와 별점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앱 내 리뷰와 별점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업주들은 여전히 배달앱 리뷰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앱이 허위 리뷰를 적발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어서다. 배달앱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리뷰를 수정하고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문제가 있어도 업주나 배달앱 업체가 함부로 지울 수 없다”며 “맛이나 서비스 평가는 명예훼손이 아니라서 삭제하지 않는 게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AI 시스템이 있어도 공연히 트집 잡는 블랙컨슈머의 리뷰를 솎아내긴 어렵다는 거다. 업주들이 “매장과 소비자가 쌍방으로 평가해야 한다”거나 “배달 만족도와 맛·서비스 만족도를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리뷰 시스템이 어떻게 개선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한 자영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개선 가능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소비자의 알 권리가 중요한 건 맞지 않나. 앞으로 리뷰의 힘이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 것 같진 않다. 내가 덜 신경 쓰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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