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디에스랩의 도전❶] “길고양이 사료에 OLED를 섞다”
[Start-up ㈜디에스랩의 도전❶] “길고양이 사료에 OLED를 섞다”
  • 김미란 기자
  • 호수 418
  • 승인 2020.12.09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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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산업의 빛과 그림자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명칭이 바뀐 건 동물이 누군가의 장난감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인식하자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소유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양육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이 숱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 스타트업이 반려동물들도 함께 행복할 권리가 있다면서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해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증가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해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증가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6.4%.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는 이제 ‘서너집 건너 한집’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06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국 2238만 가구 중 591만 가구다. 2018년 조사에서 511만 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80만 가구나 늘었다. 반려동물 수는 총 856만 마리로 늘어났다.

반려동물이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14년 1조5000억원대를 형성했던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올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3년엔 4조6000억원, 2027년엔 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사료시장이 연평균 19%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원F&B·하림·풀무원·LG생활건강·이마트 등은 일찌감치 이 시장에 진출했다. 관련용품 시장 역시 성장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반려동물 관련 물품 월평균 지출액은 연 9.6%씩 증가해왔다. 

이런 흐름에 기업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GS25·이케아코리아 등은 자체 브랜드 또는 OEM을 통해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 진입했다.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늘고, 품목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반려동물용 가전제품을 출시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동물미용업·동물판매업 등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은 1만7155곳으로 늘었다. 2018년 대비 27.2% 증가한 수다. 관련 종사자도 1만6609명에서 2만2555명으로 증가했다. KB금융지주는 ‘반려동물보고서’를 통해 “국내 1인 가구, 부부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시장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하고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에 따른 그림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모바일 리서치 오픈서베이가 20~50대 남녀 2500명에게 물어보니,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비용(48.8%·복수응답)’을 꼽았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양육하면서 얼마를 어디에 쓰고 있는 걸까.

농림축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조사에 의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한달에 5만원에서 10만원을 지출한다는 사람이 전체의 38.2%로 가장 많았다. 10만원에서 30만원을 지출한다는 응답은 34.6%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은 역시 ‘먹는 것’이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출 항목 1·2위를 차지한 건 사료비(74.5%·복수응답)와 간식비(67.3%)다. ‘예방접종과 치료비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는 응답도 50.0%였다.

그래서일까. 따뜻한 보호를 받다가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여전히 많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9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를 살펴보면 지난해 유기 또는 유실됐다가 구조된 반려동물은 13만5791마리다. 반려견이 10만2400마리, 반려묘가 3만 마리였고, 이중 21.8%는 안락사됐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을 위해 나서서 급식소를 만들고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그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반려동물도 숱하다. 

건강까지 챙기는 사료그릇

2018년 5월 스타트업을 창업해 교육사업을 하던 조덕수 ㈜디에스랩 대표가 반려동물용품으로 시선을 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길고양이들의 사료를 챙겨주던 조 대표는 고양이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거친 환경 속에 지내고 있는 고양이들은 성한 곳이 거의 없었다. 그중에서도 얼굴 쪽에 상처가 많았다.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다 보니 이런저런 질병을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구내염과 피부병이 특히 심했어요. 영양이 부실할 건 안 봐도 뻔했고요.”

조 대표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전국의 수많은 캣맘·캣대디들이 챙겨주고 있지만 영양이 부족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고양이들에게 부족할 영양소들을 첨가한 면역보조제 ‘묘력 한스푼’을 처음 만들었죠.”

그다음 조 대표의 눈에 들어온 건 민달팽이다. 수십 마리의 민달팽이가 몰려들어 고양이의 사료를 먹어치우는 것을 보고 소금물을 이용해 ‘소소분무’라는 분무액을 만들었다. 급식소 또는 그릇 주변에 뿌려주면 민달팽이가 접근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사실 이건 제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만드는 방법도 공유했고요.”

그러다 조 대표는 자신의 전공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소재·OLED를 전공했는데 이걸 길고양이에 적용할 방법이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탄생한 게 ‘루미펫 사료그릇(LUMI-PET Feed Bowl)’이다. 사료그릇에 OLED를 적용해 길고양이가 사료를 먹으면서 광光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이었다. 테스트 결과는 합격점이었다. 수원 유기묘 보호소와 공동 실험을 진행한 결과, 길고양이의 피부병이 치료되는 걸 확인했다. 시제품을 만든 후엔 동물실험도 실시했다.

“빛을 이용한 치료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1903년에 덴마크 의학자인 닐스 뤼베르 핀센이 태양광으로 피부결핵인 심상성낭창의 치료법을 개발했는데, 이걸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됐고, 실제 치료에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OLED 치료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고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반려동물을 향한 애정과 길고양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사업이지만 OLED 소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가격대가 부담스럽다. 조 대표는 그래서 OLED 개수를 줄이고 꼭 필요한 기능만 넣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사료그릇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인 것만 추구하잖아요. 저는 감성적인 것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기술은 거기에 맞게 개발하면 되잖아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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