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맥주전쟁
국내 맥주업계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양분하던 맥주 업계에 수입맥주의 약진이 눈에 띈다. 최근에는 국내 중소업체가 맥주 제조 면허권까지 땄다. 이 업체는 직접 제조한 맥주를 대형 할인점을 통해 유통을 시작했다. 소비자들 반응도 좋다. 맥주 업계의 두 터줏대감의 심기가 불편할 것 같다.

최근 롯데마트는 독일 웨팅어사와 협력 개발한 수입 맥주 ‘L맥주’를 출시했다. 가격은 유명브랜드 수입맥주보다 50%가량 저렴한 캔당 1600원. 롯데마트는 웨팅어사를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으로 설득해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체결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연간 300만캔을 들여와 롯데마트 등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기존 수입맥주 역시 다양한 유통채널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할인 공세’가 대표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여름부터 500mL짜리 수입맥주 20여종 중 4캔을 고르면 1만원에 주는 행사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는 수입맥주 소비가 늘어나면서 대량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입되는 맥주 종류도 늘어나면서 ‘홍보’가 절실해진 것도 이유다. 한 수입맥주 유통 관계자는 “맥주 유통 업체들이 할인점의 제안을 받거나
브랜드 홍보를 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맥주를 납품하는 게 관례처럼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통계결과에 따르면 올 1~9월 수입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 늘어났다. 전체 맥주 판매액 중 수입맥주 비중도 24.4%로 늘어났다. 반면 국산 맥주는 1.4% 줄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수입맥주의 약진에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수입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것도 수십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맥주 브랜드를 모두 합친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의 중소형 맥주 제조업체 세븐브로이가 ‘맥주 제조 면허’를 취득했다. 동양맥주(오비맥주 전신)와 조선맥주(하이트진로 전신)가 1933년 일제강점기 시절 맥주 제조 면허를 취득한 지 77년 만이다.
세븐브로이는 홈플러스와 손을 잡고 수도권 30개 매장 입점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50개 매장, 내년까지 전 점포로 확대하고 편의점으로까지 유통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전국 유통망을 꽉 잡고 있는 두 대형 업체와 경쟁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 제조 시장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중소업체의 진입이 가능해진 것 같다”며 “아직은 규모가 미비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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