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사진지문] 잠 못 드는 밤, 보름달은 뜨고
[오상민의 사진지문] 잠 못 드는 밤, 보름달은 뜨고
  • 오상민 사진작가
  • 호수 407
  • 승인 2020.10.01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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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걱정말아요
[2010/잠못드는밤보름달은뜨고/포항/오상민작가]
[2010/잠못드는밤보름달은뜨고/포항/오상민작가]

# 벌써 10년 전입니다. 회사원이었던 전 일주일 휴가를 내고 울릉도로 떠났습니다. 서울에서 동해 묵호항으로 출발. 배를 타고 울릉도 도착. 다시 배를 갈아타고 독도로 출발.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울릉도로 귀환. 숨 가쁜 일정이었습니다. 울릉도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다음날을 기약했습니다. 

# 그렇게 아침이 왔습니다. 전날까지 잠잠하던 바다가 심상치 않습니다. 풍랑주의보 발효. 배가 며칠 동안 못 뜰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울릉도에 더 머물렀다간 휴가기간 안에 회사로 복귀를 못하겠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왔습니다. 

# 그날 밤.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등대보다 밝은 보름달이 바다를 비춥니다. 저 멀리 수평선에 불 밝힌 배들은 멋진 밤바다를 연출합니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포항에서 유명한 호미곶도 가봤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과메기도 선물로 샀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이 새로운 길과 여정을 만들었습니다. 

# 인생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론 드라마틱한 일이 인생 속에서 연출되곤 합니다. 오늘은 어떠셨나요? 혹시 일이 잘 안 풀려 괴로우셨나요? 괜찮아요. 인생이잖아요. 

사진·글=오상민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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