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대형 백화점 점령하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대형 백화점 점령하다
  • 김미선 기자
  • 호수 16
  • 승인 2012.10.3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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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영플라자의 팔색조 변신

마트ㆍ백화점에 복합쇼핑몰, 플래그쉽까지… 패션 브랜드를 취급하는 유통채널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유통업계의 변신이 절실한 까닭이다. 최근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이 ‘변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 화제다. 전략은 이렇다. “백화점에 스트리트 패션을 입혀라.”

#싱가포르에 사는 에니샤(31)씨. 그는 한국에 종종 방문한다. 쇼핑을 위해서다. 쇼핑장소로는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이하 영플라자)을 가장 좋아한다. 본점보다는 규모가 작기는 해도 디스플레이가 알차고 동선動線이 복잡하지 않아 선호한다.

▲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이 로드샵이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던 편집숍과 전문숍을 대거 입점시켜 새롭게 변신했다. 사진은 스파이시컬러라는 편집숍에서 쇼핑을 하는 고객의 모습.
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영플라자를 다시 찾은 그는 깜짝 놀랐다. 매장 컨셉트가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통 백화점과 달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가득했다. 독특한 힙합 패션에 디자인 문구 전문 매장까지 있었다.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백화점 쇼핑만 했던 그에게는 영플라자는 신세계新世界처럼 보였다.

#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심다연(28)씨는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자주 이용한다. 개성이 넘치고 디자인이 스타일리쉬한 옷이 많아서다. ‘옷과 신발은 직접 입고 신어본 후 사야 한다는 주의’인 그가 유일하게 방문하는 온라인쇼핑몰이다. 그는 최근 스타일난다가 영플라자에 ‘입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걸음에 달려가 매장에 방문한 그는 온라인 쇼핑몰에는 없던 독특한 아이템에 환호했다. 온라인 쇼핑 때마다 ‘후기’에만 의존해 답답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비단 ‘스타일난다’ 뿐만이 아니었다. 못 보던 브랜드와 편집샵(다양한 브랜드의 의류ㆍ신발ㆍ악세서리 등을 한 매장에 모아둔 곳)이 백화점을 메우고 있다. 심씨는 “원래 흔한 브랜드에는 눈길이 잘 가지 않는다”며 “신선한 브랜드가 많은 영플라자에 자주 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올 5월 공사에 들어간 영플라자 명동점이 매장 90% 이상을 리뉴얼해 10월 5일 재탄생했다. 2003년 11월 오픈 이후 9년 만의 변신이다. 이번 리뉴얼로 전체 입점 브랜드의 50%에 해당하는 총 53개 브랜드가 새롭게 입점했다. 말이 리뉴얼이지 새로 문을 연거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영플라자의 이름처럼 많이 ‘영(Young)’해졌다. 10월 20일 영플라자에서 만난 싱가폴 고객 에니샤(31)은 “지난해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졌다”며 “엠씨엠’이나 ‘스와로브스키’ 매장이 사라져 아쉽지만 영플라자 이름처럼 젊은 쇼핑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비결은 1층과 2층 전면에 배치시킨 ‘전문 편집샵’과 ‘디자이너 샵’이다. 기존 백화점의 1ㆍ2층에 가득했던 명품 화장품이나 잡화•액세서리 브랜드가 사라지고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의 잡화ㆍ의류ㆍ신발ㆍ문구제품이 둥지를 틀었다. 가로수길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디자이너 샵, 온라인 샵이 백화점을 점령한 듯하다. 젊은층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진 유명 편집샵도 입점해 있다. 매장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매장 안에는 클럽에서나 들을 만한 강한 비트의 힙합이 흘렀다. 엉덩이까지 한껏 내려온 바지에 모자를 살짝 돌려 쓴 ‘비보이’ 느낌의 앳된 청년들이 판매를 한다.

가격 대비 효율이 높은 브랜드도 많았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일단 유명 잡화 브랜드인 ‘엠씨엠’ ‘메트로시티’ 등의 브랜드는 사라졌다. 대신 ‘병정’ ‘말’ 모양의 장식을 달은 잡화를 선보이는 ‘라빠레트(lapalette)’를 1층 입구에 전면 배치했다. 일본과 홍콩의 신진 디자이너들이 만든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ㆍ지갑을 모아 놓고 판다. 가방 하나 가격은 10~20만원대. 기존 명품 가방을 사려면 최소 30만원은 줘야 한다.

길거리 패션 브랜드로 젊게 변신
20~30만원대의 고가 구두 브랜드 대신 10만원 안팎의 구두와 가방을 판매하는 싱가포르 잡화 브랜드 ‘찰스앤키스(Charles&Keith)’도 들여놨다. 삼청동ㆍ홍대ㆍ명동 로드샵에서 명성이 높은 디자이너 구두 브랜드 ‘스퍼(SPUR)’도 입점해 있다. 트렌디한 디자인에 가격은 4~5만원대로 매장은 젊은 여성으로 북적인다.

▲ 영플라자 지하에는 K-팝 스타들의 공연을 시청하고 이들과 관련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1층부터 살펴보자. 다양한 전문 편집샵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홍대와 명동 로드샵을 거점으로 젊은이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전문 편집샵 가시나(KASINA)가 대표적이다. 패리스 힐튼, 엠마 왓슨 같은 할리우드 스타가 애용한다는 미국 브랜드 편집샵 키슨도 있다. 다양한 해외 브랜드의 의류ㆍ액세서리•잡화 등의 아이템을 진열한 편집 전문샵 ‘원더 플레이스’, 수제신발 편집 쇼핑몰 ‘슈앤슈’, 스웨덴의 유명 가방 브랜드 ‘칸켄백’과 등산용품을 파는 ‘백팩커스’도 이곳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2층은 더 파격적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디자이너 편집샵 ‘I.D’,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수입 데님 브랜드 ‘칩먼데이(스웨덴 브랜드)’와 ‘칼하트(미국)’가 입점해 있다. 헤드폰•이어폰 등의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미국 브랜드 ‘인케이스(incase)’도 눈길을 끈다.

흥미로운 점은 익숙한 브랜드를 다소 발길이 덜 닿는 3~4층에 배치한 것이다. 3층 영캐주얼 코너에는 ‘자라’와 ‘망고’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라인’ ‘숲’ ‘쿠아’ 같은 여성 브랜드도 있다. 4층에는 ‘아디다스’ ‘나이키’ 외 ‘흄’ ‘지오다노’ 등이 입점해 있다. 이번 리뉴얼로 영플라자는 기존 백화점과 차별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종래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브랜드를 입점시켰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새로 들어온 매장 대부분은 전문 MD들이 발품을 팔아서 발굴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입점 브랜드를 꼼꼼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로드샵이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20~30대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인기에 비해 유통망이 취약했던 브랜드가 대다수다.
애플기기 보호 제품과 백팩 등을 취급하는 인케이스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측에서 먼저 제안해 입점을 결정하게 됐다”며 “팝업 스토어 형식의 압구정 매장을 빼고는 영플라자 명동점이 최초의 오프라인 매장”이라고 말했다.

 
젊은층과 해외고객 흡수 동시에 노려
이번 리뉴얼로 오프라인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업체도 있다. 모자 전문 생산업체 모비토(Movito) 관계자는 “몇몇 편집샵에만 모자를 납품하다가 롯데백화점을 통해 첫 오프라인을 냈다”며 “영플라자 입점 후 여러 백화점과 유통업체서 입점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인케이스 관계자 역시 “원래는 단독 플래그쉽 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번 입점으로 소비자의 반응을 미리 살필 수 있을 것 같다”며 “테스트 마케팅 관점에서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확 바뀐 영플라자를 통해 명동 핵심 상권의 20~30대 젊은층과 해외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에 집착하기보다 검색과 비교 구매에 익숙한 신세대 고객의 쇼핑문화를 고려해 리뉴얼을 진행했다”며 “새로운 길거리 패션 브랜드를 들여옴으로써 젊은 신규고객을 추가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 고객의 반응도 좋다. 호주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왔다는 셀리(31)는 “호주의 쇼핑몰에는 이렇게 다양한 브랜드가 없다”며 “구경거리가 많은 흥미로운 쇼핑몰”이라고 평가했다. 김수혜 라빠레뜨 영플라자 명동점 매니저는 “50% 이상이 외국인 고객”이라며 “중국인ㆍ일본인이 특히 많다”고 말했다. 한 입점 업체 관계자는 “영플라자에는 저렴하면서도 합리적인 제품을 파는 편집샵이나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일본인ㆍ중국인 관광객이 지갑을 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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