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전무의 KAI 인수론
대한항공은 최근 현대중공업과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다. 항공기제작업체 KAI 인수•합병(M&A) 싸움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는 “재무는 현대중공업이 나을지 몰라도 경험은 우리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며 KAI 인수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 10월 25일 열린 대한항공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그의 얘기를 들었다.
올10월 25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빌딩에서 열린 대한항공 3분기 실적발표회 현장. 이상균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전무, 우기홍 전무, 강주원 전무 등이 발표회에 참석했다.
프리젠테이션을 맡은 이상균 부사장(재무본부장)은 대한항공은 올 3분기 매출 3조4003억원, 영업이익 3132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3분기 3000억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실현한 것은 2010년 3분기(3581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라며 “저유가, 경기회복 등 호재가 이어진 2010년과 달리 고유가 등 외부 경영여건이 나빴던 상황에서 3분기 호실적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건실한 영업구조와 경쟁력이 불황을 뚫는 요인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후 조 전무는 참석 임원들과 함께 단상으로 이동해 질의응답(Q&A) 시간을 가졌다. 조 전무는 취재진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몇 개의 질문을 받았고, 이렇게 답했다. “경영에는 회사의 기본 원칙이 있다. 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가 생각하는 대한항공의 경영방향으로 들렸다.
조 전무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와 관련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KAI 입찰이 진행 중이이서 많은 것을 공개하기는 힘들다. 적정가격에 인수하는 게 우리의 기본 원칙이다. 실사 과정을 통해 적정가를 내고, 입찰에 임할 생각이다.”
KAI 인수는 대한항공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인수•합병(M&A) 사안이다. 대한항공은 2003년부터 KAI 인수에 매달려 왔다. 대한항공의 핵심사업은 여객과 화물운송부문이다. 올 3분기 매출 3조2877억원 중 화물은 7434억원(22.6%), 여객은 2조1692억원(66%)을 기록했다. 항공기 제작•정비부문(항공우주사업)은 3.7%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은 KAI 인수를 통해 항공우주사업을 그룹 미래사업 중 하나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KAI 인수가는 1조6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수를 두고 현대중공업과 경쟁하고 있다. 조 전무는 인수 자금과 관련 “KAI 인수에 투자의향을 보인 해외기업이 있지만 KAI는 방위산업체이기 때문에 해외 지분 투자 제한이 있다”며 “자체 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의 경쟁에 대해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재무적으로는 더 좋을지 몰라도 경험으로 따지면 우리(대한항공)를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인력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항공기 설계•제작하는 KAI의 엔지니어들은 고급 기술을 지닌 인물”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보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후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AI 인수 후 운영 방안에 대해선 “부산 대한항공 테크센터(항공기 정비)와 KAI의 경남 사천 공장이 있는데, 각 공장에 핵심 시설이 위치해 있어 각각 따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민수와 군수 방식으로 나눠서 운영하는 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중간에 기자가 말을 끊자 “제 말을 끊지 마시고…”라며 다소 까칠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한진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리더로 꼽히고 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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