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훨훨 날아 죽을 고비 사뿐히 넘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 죽을 고비 사뿐히 넘다
  • 정다운 기자
  • 호수 15
  • 승인 2012.10.26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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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파트1] 몸집 줄인 공룡 GM

▲ 몸집만 둔한 공룡같던 기업 GM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벌 같은 기업으로 거듭났다. <사진:뉴시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찾아온 불황은 세계 경제 생태계를 ‘늪’으로 만들었다. 무거운 기업은 여지없이 가라앉았다. 가벼운 몸으로 날듯이 뛴 기업만 생존했다. 비단 위기상황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군살 없는 몸매’와 ‘적정체중 유지’, 기업 생존에 필수적이다.

기업의 진가는 위기상황에 드러나는 법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제왕, 제너럴모터스(GM)의 맨얼굴도 글로벌 경제 위기에 여실히 드러났다.

 
GM은 수요 감소로 고전하다 2008년 닥친 금융위기에 무너졌다. 100달러를 호가하던 주가는 주당 1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증시에서는 퇴출당했다. 도산 위기였다. 발진 속도를 늦추는 군살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였다. 2009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정부의 긴급 자금 수혈로 간신히 연명했다. 52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 받은 대가로 지분의 60%를 정부에 내줘야 했다.

GM은 서둘러 군살빼기에 돌입했다. 미 재무부는 사모펀드 회사에서 책임자를 지낸 애커슨을 파견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한 뒤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만들어 되판다. 애커슨은 사모펀드 방식을 GM에 적용해 다시 소생시키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상징했다.

애커슨은 GM을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로 나누는 작업을 진행했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자산은 굿 컴퍼니로, 쓰레기 자산은 배드 컴퍼니로 분류했다. 굿 컴퍼니는 뉴 GM으로 명명돼 회생 절차를 거쳐 점차 살아났다. 부실 자산만 모인 배드 컴퍼니는 정부의 파산보호 절차에 따라 하나씩 처리됐다. 쓰레기 처리에는 11억750만 달러의 정부지원 매각 자금이 투입됐다.

2008년에는 전체 직원수를 6만명 가량 줄였다. 전미자동차노조와의 전격합의로 건강보험 보조금을 삭감하는데도 성공했다. 딜러들의 판매 인센티브도 14%에서 9.5%로 낮췄다.

 
그룹의 외형을 줄이는 작업도 이어졌다. 미국에서만 15개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 모델 개수도 반으로 줄였다. 쉐보레•캐딜락•오펠•뷰익 등 수익성이 좋은 브랜드는 남기고 허머•새턴 등 무리하게 확장했던 사업은 매각했다.

폐부를 도려낸 효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GM은 약 40일 만에 파산보호를 조기 졸업했다. 2010년 새롭게 태어난 GM의 전 세계 매출은 1356억 달러(약 150조원)를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2010년 11월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뉴욕 증시에 재상장 됐고 2011년에는 사상 최대 순익인 80억 달러(약 8조9760억원)를 기록했다.

일본 도요타에 내줬던 글로벌 판매 1위 자리도 되찾았다. GM의 2011년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7.6% 증가한 902만5942대를 기록했다. GM의 글로벌 판매 대수가 900만대 고지를 넘은 것은 2007년 937만대 판매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GM의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꼭 필요한 공장과 브랜드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매각했다는 데 있다”고 분석한다. 비단 위기상황에만 해당되는 이아기는 아니다. 평상시에도 자발적으로 군살을 빼는 전략이 일상화가 돼야 한다. 핵심사업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몸집이 크지만 변화에 둔감한 공룡보다는 날쌘 벌 같은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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