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ㆍ람보르기니ㆍ롤스로이스ㆍ벤틀리 등 수억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수입차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법인차로 등록하면 구입비와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차로 등록해 놓고 자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이는 엄연한 탈세 행위다.
![업무용으로 사용해야 할 법인차를 자가용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사진=뉴시스]](/news/photo/202007/40046_55499_3738.jpg)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던 자동차 내수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동차 시장 월간 동향’을 보면 지난 5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6만87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량이 57.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차량 공유보단 차량 소유를 권장하는 최근의 분위기와 다양한 장려정책이 맞물려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부쩍 높아진 수입차의 인기다. 지난해 5월 대비 올해 5월 국내 브랜드 자동차의 판매량은 9.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수입차 판매량은 무려 19.1%나 늘었다.
그중에서도 고가 수입차의 판매 증가율이 유독 두드러졌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7.5%, 45.0% 증가했고, 심지어 수억원을 호가하는 포르쉐,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의 판매량도 각각 393.8%, 520.0%, 41.7%, 114.3% 늘었다.
다소 의아한 결과지만 사실 고가의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수요는 이전부터 많았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연간 신차 판매량이 170만~180만대에 불과한 작은 시장을 주목해온 건 그만큼 시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억원대의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이유는 뭘까. 답은 ‘법인차’에 있다. 회사 오너가 수입차를 법인차로 등록하면 구입비부터 보험비ㆍ수리비ㆍ유류비 등 일체 비용에 관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법인차를 업무용으로 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신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거나 오너 가족이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10~20대 자녀가 부모의 고가 수입차를 끌고 나와 문제를 일으켰던 이슈도 이런 사례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법인차로 등록하고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건 탈세나 다름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막을 만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반면 선진국에선 법인차 등록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은 출퇴근 시 법인차를 이용해선 안 된다. 회사 임직원이 업무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보험에도 가입돼 있어야 한다. 사용자ㆍ사용시간ㆍ사용목적 등 일지를 적는 기준도 엄격하다. 심지어 차종이나 가격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는 더 심하다. 법인차라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법인차가 편법으로 악용되는 걸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법인차 등록 강화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7~8년 전이다. 해외 선진 사례를 참조해 언론에서 다양한 분석을 내놨고, 필자도 자문을 맡았다. 국내 처음으로 법인차 등록 기준을 강화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강화된 법인차 등록 기준엔 일지를 작성하는 것 외에 별다를 게 없었다. 그마저도 선진국 수준의 엄격한 기준은 없었다.
현재 국내에서 2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는 대부분 법인차라고 한다. 법인차는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이동수단이다. 임직원들이 수억원 상당의 수입차를 사용해야 할 이유는 없다. 법인차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일반 대중차로만 법인차를 등록하고, 출퇴근을 금지하는 등 선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들의 위화감은 커지고, 정부와 입법부를 향한 신뢰는 떨어질 것이다. 법인차의 등록 기준 강화가 시급한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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