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행보는 이목을 모은다. 파격적이고 도전적이라서다. 손 회장은 그래서 승부사로 불린다. 그런 그가 또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이통사를 인수한 것이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또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는 미국 3위 이통사 ‘스프린트넥스텔’의 지분 70%를 201억 달러(약 22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총 투자액 201억 달러 중 121억 달러는 구주를 주당 7.30달러에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80억 달러로 신주를 발행해 70%의 지분을 소유할 방침이다.
이는 일본기업이 미국기업을 인수한 것 가운데 금액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5위 이통사인 메트로PCS를 인수할 계획도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인수로 9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메트로PCS를 계획대로 인수하면 소프트뱅크는 중국 차이나모바일, 미국 버라이즌에 이어 세계 3위 이동통신사(매출 기준)로 발돋움한다.
손 회장의 이번 인수는 성장한계에 부딪힌 일본을 떠나 미국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본은 인구 대비 이통사 가입자가 한계점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억5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시장은 그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스마트폰 액티브 유저의 수도 미국은 1억7000만명으로 2000만명인 일본의 9배에 달한다.
손 회장이 대형 M&A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2004년 적자에 시달리던 유선통신업체 재팬텔레콤을, 2006년에 무선통신회사 보다폰재팬을, 2010년엔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바일업체 월컴을 인수했다. 손 회장은 이런 부실기업을 인수 이후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M&A에 대한 손 회장의 경험과 노하우는 이번 인수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스프린트넥스텔 인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그는 “소프트뱅크가 앞서 인수한 세개 기업이 모두 기적적으로 회생했다”며 “네개 기업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스프린트넥스텔 인수를 발표한 10월 15일 소프트뱅크 주가는 전일보다 5.3% 하락했다. 많은 빚을 떠안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 때문이었다. 소프트뱅크의 부채는 스프린트 인수로 3조9000억엔(한화 약5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미국의 이통시장은 버라이즌과 AT&T 양강구도다. 두 이통사의 높은 장벽을 소프트뱅크가 뚫기란 쉽지 않다. 이번 투자가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도전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르지만 안전한 장소에 머물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손 회장의 도전정신을 알 수 있는 한마디다. 하지만 도전의 결과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그의 행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과 기존 강자를 물리치고 네번째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까.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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