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액면분할 후 2년, 개미 수익 짭짤했을까
삼성전자 액면분할 후 2년, 개미 수익 짭짤했을까
  • 김다린 기자
  • 호수 387
  • 승인 2020.05.04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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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은 정말 ‘국민주’ 덕 봤나

‘황제주’ 삼성전자 주식이 액면분할로 ‘국민주’가 된 지 2년이 지났다. 쌈짓돈으로 국내 최대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개인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기대와 달리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는 단 한차례도 액면분할 시초가(5만3000원)를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엔 ‘동학개미운동’의 여파로 더 많은 투자자가 몰렸지만, 이들의 투자성적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전자 액면분할 후 2년의 기록을 취재했다. 

과거 삼성전자의 주식은 250만원을 웃도는 높은 주가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다.[사진=연합뉴스]
과거 삼성전자의 주식은 250만원을 웃도는 높은 주가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다.[사진=연합뉴스]

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1주당 가격이 250만원을 웃돌던 ‘황제주’였다. 2011년 1월 처음으로 100만원을 돌파한 삼성전자 주가는 불과 6년 만인 2017년 3월 200만원을 뛰어넘었다. 이 기간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운 덕분이었다. 2017년 11월엔 280만원을 넘어서면서 개인투자자와 더 멀어졌다. 그래서 외국인, 기관이나 취급하는 종목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2018년 5월 4일부턴 ‘국민주’가 됐다. 삼성전자가 기존의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액면분할 직전 265만원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50분의 1인 5만3000원으로 이날 거래를 처음 시작했다. 

투자업계는 환호했다. 술값만 아껴도 대한민국 최고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위상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중 26.4%(20 19년 기준)를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다는 건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2018년 3월 24만1513명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숫자가 3개월 만인 6월에 62만7655명으로 두배 넘게 늘어난 이유였다. 최근 이 숫자는 더 크게 늘어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삼성전자 주주 수는 162만8598명으로 집계됐다. 액면분할 이후 2년 새 130만명이 넘는 개인이 삼성전자 주주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셈이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는 쏠쏠한 수익을 거뒀을까. 진입 시점별로 매수단가가 다른 만큼 투자 성적표도 천차만별이겠지만, 큰 흐름을 보면 대략적인 손익은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두차례에 걸쳐 대폭 늘어났다. 첫번째 시기는 액면분할이 시작됐던 2018년 5월이다. 24만명(2018년 3월)에서 62만명(2018년 6월)으로 159.8% 급증했다. 

통상 액면분할을 하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거래가 원활해져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5월(1조1607억원)과 6월(1조2779억원) 순매수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주가 움직임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거래재개 첫날부터 2.08% 하락한 5만1900원을 기록했고, 이후 하향세를 그려나갔다. 액면분할 열흘 만인 2018년 5월 15일엔 4만9200원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던 주가는 6월 8일 4만9650원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이후론 2018년 내내 5만원 고지를 오르지 못했다. 12월 중순부턴 주가가 3만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개인투자자의 이탈 움직임이 엿보였다. 2019년 1분기 삼성전자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1조9627억원이었다. 소액주주 숫자도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2018년 12월 76만명에서 2019년 3월 69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액면분할 초기에 진입했다가 2019년 초반에 빠져나간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이들은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4만~5만원대에서 산 주식을 3만~4만원 수준에서 팔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숫자가 대폭 늘어난 두번째 시기는 올해 3~4월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폭락장이 펼쳐진 이후 개인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대거 늘어났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이들이 계좌를 트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올해 1분기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으로 삼성전자가 꼽혔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액은 7조836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6조6116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이 팔면 개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받아낸다는 이유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 운동에 참여한 투자자의 손실 내역은 아직 미지수다.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지 한달가량이 지났을 뿐이라서다. 하지만 단기투자를 노렸다면, 평가손익 항목을 보면서 쓰린 속을 달래고 있을 공산이 크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5만100원(4월 28일 기준)이다. 코로나 쇼크로 주가가 연일 하락한 끝에 최저가를 기록한 4만2500원(3월 23일)보다 17.8% 올랐다. 꽤 높은 상승률 같지만, 연초 기준으로 따져 보면 9.2% 하락한 상태다. 주가가 연일 떨어지기 시작한 3월 11일 전에 진입한 투자자라면 손실이 크다. 3월 10일 삼성전자 주가는 5만4600원으로 지금의 주가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

흥미롭게도 ‘국민주’ 삼성전자 투자로 수익을 본 세력은 따로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다.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건 올해 1월의 일이었다. 1월 13일엔 처음으로 6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찍고 반등할 거란 전망이 분명해지면서다.

기관과 외국인은 2019년 4분기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2조9566억원, 2464억원씩 쓸어 담았다. 이후 주가가 정점을 찍은 2020년 1월 11조2003억원(기관), 2194억원(외국인)을 팔아치우면서 수익을 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삼성전자의 개인투자자의 숫자가 가장 적을 때였다. 2019년 12월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숫자는 56만8409명에 불과했다. 액면분할로 ‘국민주’로 등극했지만, 정작 국민들에겐 쏠쏠한 투자처가 되진 못했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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