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채찍은 싫다, 달콤한 당근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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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현 객원기자
  • 호수 14
  • 승인 2012.10.19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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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파트2] MB바라기 건설사의 현주소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건설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택사업을 확대했다. 일부 대형사의 경우 자회사를 만들어 문어발식 계열사 늘리기를 시도했다. 이런 잘못된 경영전략이 건설업계의 불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 건설업계 불황, 어쩌면 건설업계 스스로 돌파해야 할지 모른다.

▲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지만 분양가를 인하한 건설사는 아직 없다. 사진은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입주민들.

MB정부는 2010년 미분양 해소대책을 발표했다. 11만6000 가구(당시)의 미분양을 최근 10년 평균 수준인 7만5000 가구로 낮추기 위해 4만 가구를 공공부문에서 흡수하겠다고 했다. 이중 2만1000가구는 정부가 공공부문을 통해 매입하고, 나머지는 미분양 펀드 활성화와 세제감면 등의 조치를 통해 줄이겠다는 세부적인 플랜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주택매입 규모를 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대폭 늘렸다.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일부 풀었다.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건설사를 살리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

2년여가 흐른 지금. 대책의 효과는 거의 없다. 건설업계는 도리어 6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상태가 급격하게 악

 

화된 탓이다. 통계를 보면 건설업계의 상황은 심각하기 짝이 없다.

건설업계 순위 150위권 이내 건설사 가운데 9월 현재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돌입한 곳은 25개사에 이른다. 6곳 중 1곳의 경영이 부실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업체는 각각 7곳, 1곳에 불과했다.

문제는 건설사의 부실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건설•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퇴출위기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공공•민간공사 감소, 주택시장 장기침체, 유동성 부족, 수익성 악화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법정관리•워크아웃에 돌입한 회사 대부분은 주택 비중이 높다. 2005년 전후 부동산 ‘붐’을 타고 주택 비중을 높인 곳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건설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제언이 쏟아진다. 주택시장의 3대 현안으로 떠오른 ‘분양가 상한제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취등록세 감면’이 대표적인 대책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건설업계의 위기를 돌파할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위기를 맞은 건설사 가운데 자구책을 마련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곳은 많지 않다. 고분양가와 수요예측 실패에서 미분양이 비롯됐지만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하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일부 기업 오너와 경영진은 ‘도덕적 해이’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극동건설과 웅

 

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전날 웅진홀딩스가 다른 계열사에서 빌린 돈을 갚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모럴 해저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에도 여전히 오너 일가나 전직 사장이 그대로 경영권을 지키는 것도 문제다. 경영 실패의 책임자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보니 기업의 ‘환골탈태’는 기대하기 어렵다. 건설업계 불황, 건설업계가 풀어야 한다.

이기현 객원기자 lkh@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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