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 살림비평서] 재보궐 비용을 왜 애먼 지자체가 내나
[나라살림연구소 살림비평서] 재보궐 비용을 왜 애먼 지자체가 내나
  • 김미영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호수 382
  • 승인 2020.04.02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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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선거 비용 논란

총선 당일, 지방선거 재보궐선거도 치러진다. 당선이 무효 처리됐거나, 당선인의 범법행위가 적발됐거나, 기타 사유들로 인해 직위를 유지할 수 없을 때 공석을 메우고자 치르는 선거다. 이번에도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당선인들에게 귀책사유가 있다. 문제는 재보궐선거 비용을 지자체가 내야 한다는 점이다.

혈세를 들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게 누구 때문인지 따져봐야 할 때다.[사진=연합뉴스]
혈세를 들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게 누구 때문인지 따져봐야 할 때다.[사진=연합뉴스]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하지만 이날 또다른 선거가 함께 치러진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지방선거 재보궐선거다. 코로나19 사태로 총선 이슈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은 전국 58개 선거구다. 기초단체장 선거가 8곳,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선거가 각각 17곳, 33곳이다. ‘재선거’는 ▲선거법 위반 등의 사유로 법원으로부터 당선이 무효처리된 경우 ▲임기 개시 전 당선인이 사퇴 혹은 사망한 경우에 치른다. ‘보궐선거’란 ▲임기 시작 후 범법 행위가 적발돼 당선인이 실형을 선고받거나 ▲임기 중 사퇴ㆍ사망한 경우 해당 직위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실시한다. 

그럼 이번 58개 선거구의 재보궐선거는 어떤 이유로 치르는 걸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의 ‘재보궐선거 실시 사유 확정 상황’에 따르면 당선무효 21명, 사직 18명, 피선거권 상실 14명, 사망 5명이다. 당선인이 불법과 탈법 행위를 저지른 바람에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선거구가 35곳이나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당선된 이후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총선에 출마하거나 다른 볼일을 보기 위해 사직한 이들도 18명에 이른다. 재보궐선거 귀책사유의 90% 이상을 당선인들이 제공했다는 얘기다. 

사망자를 제외한 53명의 당선인들을 소속 정당별로 살펴보면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 등)이 26명으로 가장 많고, 더불어민주당 18명, 무소속 6명,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이 각각 1명이었다. 재보궐선거 선거구는 경북이 8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구가 7곳, 경남이 5곳, 서울ㆍ대전ㆍ강원ㆍ경기ㆍ충남이 각각 4곳, 부산ㆍ충북ㆍ전북ㆍ전남ㆍ제주가 각각 3곳, 울산이 2곳, 세종이 1곳이었다. 

필자가 재보궐선거의 귀책사유를 비판하는 건 다름 아닌 돈 때문이다. 재보궐선거를 치르려면 또다시 지자체의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다.[※참고 : 현행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는 중앙정부가 부담하지만 지방선거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재정이 많지 않은 지자체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 편성된 예산은 얼마일까. 지방재정365시스템의 세부사업별 집행 현황에서 재보궐선거 예산을 확인할 수 있는 지자체는 총 41곳이었고, 이들 지자체가 편성한 예산은 총 60억3300만원이었다. 지자체 1곳당 평균 1억4715억원이 지출되는 셈이다. 

실제로 24개 지자체가 1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다. 군수가 뇌물 수수혐의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강원 횡성군의 경우 보궐선거를 치르는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7억96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군수가 선거법을 위반해 재선거를 치르는 전북 진안군은 7억6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두번째로 많았다. 이어 강원 고성군 5억2100만원, 경북(본청) 3억7000만원, 충북(본청) 2억7500만원 순으로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 

재보궐선거의 예산이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이유를 파악하는 건 어렵다. 시장이 나 군수를 뽑는지,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을 다시 선출하는지 등에 따라 예산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일례로 경기 안성시장 재보궐선거 예산은 1억2900만원, 경기 성남시 광역ㆍ기초의원 재보궐선거 예산은 1억400만원으로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 예산이 조금 더 높았다. 하지만 경기 안성시장 재보궐선거 예산은 강원 춘천시 기초의원 예산인 1억3100만원보다 적었고, 강원 횡성군수 재보궐선거 예산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었다. 재보궐선거 예산 편성 기준이 있긴 한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결과다.

더군다나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지자체 중 선거 예산이 파악되지 않는 지자체는 총 6곳(서울 동대문구ㆍ서울 강북구ㆍ경남 진주시ㆍ경북 안동시ㆍ경북 포항시ㆍ경기 평택시)에 달했다. 재보궐선거 사유가 올해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예산 편성이 미처 이뤄지지 못한 곳도 있었다. 

귀책사유 제공자가 비용 부담해야

어떤가. 대부분의 재보궐선거는 당선인들의 불법행위나 책임감 없는 행동 때문에 치러진다. 그 바람에 지자체들은 불필요한 곳에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해야 한다. 각 정당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개인의 자질에 따른 문제이기도 하지만, 자격 미달 후보자를 공천한 건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인 제공을 한 이들이 재보궐선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1차적으로 당사자의 소속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선거 비용만큼 삭감하고, 각 정당이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식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이 신중하게 공천을 해야 하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물론 재보궐선거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각 지자체의 예산 편성 기준을 다듬는 것도 긴요하다.

김미영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
binny5729@gmail.com | 더스쿠프

정리=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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