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눈으로 ‘삼류선비’의 진심을 보다
11명의 눈으로 ‘삼류선비’의 진심을 보다
  • 유두진 기자
  • 호수 14
  • 승인 2012.10.16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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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연암」인간다운 세상을 꿈꾼 연암의 궤적, 그리고….

 
연암 박지원은 자유로운 필체로 조선 후기를 비판한 인물이다. 대표작은 「열하일기」 「양반전」 등이다. 18세기 조선에서는 ‘순정고문醇正古文’으로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강하게 제기됐다. 순정고문이란 한문의 문장 체제를 순수하게 바로잡는 일이다.

당시 연암은 글을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지목됐다. 결국 그는 ‘문체반정’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구닥다리 문인들 앞에서 풍자로 너스레를 떠는 연암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통쾌하다.

이 책은 연암과 대립했던 유한준에서 연암을 연구한 저자 간호윤 박사에 이르기까지, 11명의 시선으로 바라본 박지원의 모습을 담았다. 그의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평전이다.

이 책은 인간다운 세상을 꿈꾼 연암의 궤적을 4부에 걸쳐 좇는다. 요동지역을 우리 조선의 땅이라 역설하는 강개함도 있지만, 한 줌의 상투나 붙잡고 흰옷을 숭상하는 어리석음을 직시하는 풍자적 모습도 있다.

1부의 키워드는 ‘문장’이다. 그 시절 연암 박지원은 문장으로 빛났고 문장으로 인해 버거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남았다. 연암과 평생 등 돌린 유한준, 문체반정으로 각을 세운 군주 정조, 「연암집」을 간행하려다 끝내 실패한 후손 박규수를 통해 연암의 문장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2부는 ‘성정性情’이다. “개를 키우지 마라.” 연암은 아들 박종채에게 이렇게 일렀다. 이유는 이렇다. “개는 주인을 따르는 동물이니 개를 죽임은 차마 못할 일이라 처음부터 기르지 않느니만 못하는구나.” 양반이 아니면 사람취급 못 받던 그 시절, 개에게도 곁을 주었던 연암의 성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부는 ‘학문’이다. 연암의 학문은 실학이었다. 그 학문의 길을 연암의 처남인 이재성과 호협한 제자인 무사 백동수, 그리고 평생지기 유언호의 입장에서 펼쳐 보인다.

4부는 ‘미래’다. 조선은 유학의 나라였다. 유학은 사람이 사는 아름다운 나라를 지향한다. 하지만 연암이 살던 시절, 아름다운 조선은 없었다. 연암은 유학자로서 조선의 아름다운 미래를 꿈꿨다.

이 책의 기술방식은 이렇다. 90%는 사실에 의거하되, 10%는 저자 몫을 얹는 방식을 취한다.

 
인간은 본래적 결함을 지닌 존재다. 더욱이 모든 인간은 다층적이다. 이 책은 인간 연암의 장단점과 호불호를 연암을 둘러싸되 다양한 위치에 있는 11인의 입을 통해 그려냈다.

연암을 두고 ‘삐딱하게 세상을 풍자한 당대 지식인’ 정도로 평가하는 눈도 있다. 하지만 연암은 시대와 불화不和하며 전쟁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학과 골계를 걷어내고 연암을 바라보자. 그는 신음하는 조선의 하나하나를 글로 거두려 했다. 때로는 호탕하게 웃고 때로는 졸렬하게 진흙탕을 뒹굴던 연암은 ‘인간’이었다. 그리고 조선이 인간다운 세상이기를 바라는 문둥이 삼류선비였다.

연암이 뿌린 ‘인간’이란 역병이, 조선의 후예인 우리들에게 강하게 전염되길 기대해 본다. 그렇게 전염된 세계는 가히 ‘인간다운 세상’이라고 믿어 본다.

<북 에디터 한마디>

답답한 시대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런 시기에 해학으로 민중의 응어리를 풀어주던 이들도 항상 있었다. 가벼운 웃음으로 시름을 달래준다고 그들의 존재감마저 가벼운 것은 아닐 게다. 익살과 풍자로 시대와 맞서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장 용기 있는 선각자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012년 가을, 연암과 같은 존재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RECOMMENDATION>

「완벽한 쇼핑」
김기환 저 | 김영사
오늘 당신이 산 물건을 보며 한숨을 쉰 적은 없는가? 쇼핑 회사의 상술에 속았다며 분노한 적은 없는가? 충동구매로 인하여 다음 달 날아온 카드 영수증을 보고 후회한 적은 없는가? 자칫 한눈 팔다가는 유통사들의 상술에 말려들기 쉬운 세상이다. 이 책은 소비자들이 놓치기 쉬운 소비 상식,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유통사들의 영업비밀 등을 공정하게 전달한다.

「1日 1食」
나구모 요시노리 저 | 위즈덤 하우스
지금껏 우리는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일이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 책은 하루 한 끼 식사가 오히려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역설한다. 저자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는 “영양을 계속 섭취해야 건강하다는 생각은 낡은 사고방식이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공복 상태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몸이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월급전쟁」
원재훈 | 리더스북
많은 직장인이 “월급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월급생활자는 대한민국 경제인구 중 약 40%를 차지한다. 이들은 착한 납세자이자 기업의 인적자원이며, 소비의 주역이자 금융기관의 든든한 고객이다. 이 책은 비열한 금융회사, 정부 등 월급쟁이의 주머니를 노리는 세력들의 머니게임을 파헤친다. 직장인들을 위한 생존 경제학이 여기에 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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