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신경 쓰겠다더니 고아 식사지원비 깎아”
“복지 신경 쓰겠다더니 고아 식사지원비 깎아”
  • 김성민 기자
  • 호수 14
  • 승인 2012.10.16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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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현도정보고 학생들로 구성된 제과제빵 동아리 회원들이 사회복지시설 어린이들을 초청해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미국의 전설적 독립 언론인 이지 스톤(1907~1989)이 즐겨 하던 말입니다. 이지 스톤은 정부 고위 인사를 정보원으로 갖고 있지도 않았고, 주요 기자회견에 초대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공식문서만 가지고 북베트남의 미국 구축함 공격이 자작극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는 등 수많은 특종을 올렸습니다.

얼마 전 우리 정부의 예산 편성안이 발표되고 나서 이지 스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기자에게 가장 큰 형벌이라는 ‘낙종’(落種•기사를 놓치는 것)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한 매체가 고아원 어린이들의 밥값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을 보도한 것 때문입니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고아들의 한끼 식사비로 1600원을 올렸는데 기획재정부가 100원을 삭감해 1500원을 책정했다.” 정부의 예산안 발표를 조금만 꼼꼼하게 들여다봤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사였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매체 외에는 그런 이야기를 쓰지 않았습니다. 경인방송 시사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기자도 마찬가집니다.

고아들이 김밥 한 줄 값밖에 안 되는 돈으로 매끼니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에 울컥했고, 낙종했다는 부끄러움에 어깨를 움츠렸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 하는 기자의 책무를 유기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라는 말을 지겹게 듣고 있습니다. 이런 말들과 정부의 예산안을 비교해보면 정부와 대통령 후보들은 고아들에게 큰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지 스톤의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이지 스톤은 기자로 사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내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기자로 사는 이유를 놓쳐버린 고아들의 밥값 예산 낙종.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정치인•정부•기업인들의 거짓말을 열심히 찾아야겠습니다. 그래야 낙종이 주는 형벌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인방송 보도국 차장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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